1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컬럼비아 매장에 겨울용 의류가 진열돼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 짧은 가을용 제품 대폭 줄이고
- 가격 높은 겨울 상품 대거 늘려
- 아웃도어매장 다운점퍼가 80%
- 스카프 대신 머플러 매출 득세

청명한 날씨와 함께 가을이 성큼 찾아온 가운데 백화점 업계의 가을·겨울(F·W) 마케팅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는 가을 상품을 대폭 줄이고 겨울 상품을 대거 늘리는 방향으로 마케팅이 전환되면서 백화점과 브랜드는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1일 롯데백화점 영업2본부에 따르면 부산 4개 점의 아웃도어 매장은 지난달 중순부터 가을 상품인 고어텍스 재킷 대신 겨울 상품인 다운점퍼로 80%가량이 채워져 있다. 통상 10월 중순부터 매장을 가득 메우는 다운점퍼가 올해는 한 달가량 일찍 매장을 잠식한 것이다. 여기에 도호와 키이스, 빈폴레이디 등 여성 의류매장도 모피와 모직코트를 지난해보다 한 달 먼저 매장으로 가져왔고, 물량 역시 지난해 10월보다 30% 늘렸다. 시리즈와 레노마 등 남성 트랜디 의류 상품군은 겨울용 의류를 매장 전면 마네킹에 입혀둘 정도로 백화점 곳곳에 겨울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백화점과 각 브랜드가 가을이 짧아지면서 생긴 가을용 의류의 재고 부담을 덜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월등히 높고 구매력도 이에 상응하는 겨울용 의류로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21일까지) 여성 캐릭터와 남성 트랜디 의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6%와 19% 매출이 올랐다. 성장 정체기에 빠졌다는 아웃도어도 10% 이상, 겨울을 대표하는 모피는 배 이상(111%) 매출이 상승했다. 조기 겨울마케팅의 성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조두형 영업총괄팀장은 "올해는 유독 가을시즌 시작인데도 정상매장은 물론 행사장까지 겨울상품 입고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라며 "가을이 짧아지면서 고객의 소비 심리도 가을보다는 겨울을 대비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밝혔다.

	1일 신세계 센텀시티 캠퍼 매장에서 고객들이 부츠를 고르고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 제공

신세계 센텀시티 지하 1층 잡화매장에도 가을 주가가 가장 높아야 할 스카프 대신 밍크 머플러가 '득세' 중이다. 브랜드 '웅가로'는 전년 이월 상품을 50%할인한 30만~40만 원대의 밍크 머플러가 브랜드 전체매출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스튜어트' 매장에서도 늦가을에야 진열되는 캐시미어 소재의 머플러가 한 달가량 일찍 진열됐다. 프랑코페라로와 레노마, 렉슨 등의 브랜드도 밍크 소재의 머플러를 이월상품과 기획상품에 한해 최대 50% 할인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겨울 대표 상품인 구스다운 제품도 지난해보다 한 달 이상 이른 시기에 입고돼 판매 중이다. 아웃도어 매장은 약 한 달가량 일찍 입고됐다.

이와 함께 패션에 민감한 여성 구두 매장에는 가을의 상징인 펌프스 등 하이힐 대신 쌀쌀한 날씨에 어울리는 앵클부츠와 롱부츠 등이 매장 전면에 배치된 상태다. 남성복 매장에서도 기모(보풀 소재)가 들어간 니트와 가디건이 대세를 점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패션의 계절인 봄과 가을이 상대적으로 짧아진 느낌을 주면서 의류 매장에서는 여름과 겨울에 마케팅을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특히 겨울용 의류는 매출면에서 단가가 가장 높은 만큼 브랜드나 유통업체에서도 겨울용 의류가 많이 팔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