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부속도서인 죽도해역 수심 50ｍ 지점에 1~2ｍ 크기의 대형 해송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어종 58%가 열대·아열대종
- 부산서 동해까지 북상 확인
- 해송, 1~2ｍ 크기 형태 완벽
- 구로시오 난류 연구 도움

적도 인근에서 출발한 구로시오 난류는 제주도에서 부산 앞바다를 거쳐 동해로 진입한다. 고온, 고염분인 이 물 덩어리는 동해 전체 해수의 약 1%에 못 미치는 적은 양이지만 1, 2노트 정도의 유속으로 바다 상층을 흘러가면서 우리나라 연안 기상과 수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부설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와 울릉도와 독도 연안 수중생태에 대한 공동조사를 진행했다. 기지 측의 관심은 울릉도·독도 해역을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지금까지 실시했던 기초 모니터링 조사 결과에 대한 다른 해역과의 비교 관찰이었다.

	대표적인 열대성 어류 지표종인 파랑돔이 울릉도 해역에서 발견됐다.

사계절이 뚜렷한 울릉도와 독도 바닷속은 독특한 생물상을 보인다. 수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임연수어, 횟대, 흰줄망둑 등 한대성과 온대성 어종만 관찰되지만, 수온이 20도 이상으로 상승하는 고수온기에는 난류를 따라 북상하는 파랑돔, 노랑자리돔, 청소놀래기 같은 다양한 열대 및 아열대 어종을 만날 수 있다. 이중 자리돔은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7, 8월 산란기를 거쳐 부화한 치어가 표층에 무리를 이루는데 다 성어는 수심 25m까지의 전 수층에서 활발하게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결국, 이들은 난류를 타고 일시적으로 북상한 것이 아니라 울릉도와 독도 해역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셈이다. 2010년 국토부에서 발표한 울릉도와 독도 해중경관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울릉도에서 발견되는 어종 58.3%, 독도에서 발견되는 어종 58.6%가 열대와 아열대종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연안의 아열대화는 부산과 남해안을 넘어 동해안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공동조사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울릉도 부속도서인 죽도 해역 45~55m 수심대에 형성된 해송 군락지의 존재였다. 해송은 연산호의 일종으로 천연기념물 제456호로 지정돼 있으며,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으로 보호받고 있다. 수년간의 탐사를 통해 구로시오 해류의 영향을 받는 필리핀, 제주도 서귀포, 대마도, 부산 연안 등에서 해송을 관찰하고 기록으로 남겼지만, 수백 개체의 해송이 바닥면에 군락을 이룬 곳은 울릉도 죽도 해역이 유일했다. 다른 해역의 해송들은 크기가 작은 데다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울릉도 죽도 해역의 해송은 1~2m에 이르는 대형인 데다 형태 또한 완벽했다.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 김윤배 박사는 "죽도 해역의 해송 군락지를 보호하기 위해 이들 해역이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심이 깊어 일반 다이버가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바닥을 끄는 어구 어법이나 해송 채취를 목적으로 하는 잠수기 어업에 의해 훼손될 수 있다고 김 박사는 우려했다.

울릉도 죽도 해역과 제주도 서귀포, 부산 남형제섬, 대마도의 해송에 관한 DNA 분석 등을 통한 연구를 진행하면 구로시오 난류의 영향권에 있는 해양생물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실험 조사선을 이용해 남해안과 울릉도 독도 해역의 플랑크톤 샘플링 조사를 마쳤다. 남해안에서 발견되는 플랑크톤이 울릉도 독도해역에서 다수 발견되는 것은 플랑크톤을 먹이로 삼는 어종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아열대 생물 종의 확산이 우리 연안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자원에 대한 보존 대책을 어떻게 마련할지 지속적인 연구와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