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시대 혜초 스님이 당나라에 건너와서 머물렀던 중국 광저우 광효사.

신라 시대 혜초(704~784) 스님이 순례했던 해양실크로드를 따라 한국해양대 학생들이 지난 16일부터 오는 12월 중순까지 실습선 한바다호를 타고 대장정(본지 지난 15일 자 2면 보도)을 하고 있다. 본지는 대장정에 동행한 한국해양대 남청도 기관공학부 교수의 기고를 통해 문화교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한다.


한국해양대 실습선 한바다호는 동지나해를 거쳐 지난 20일 새벽 3시에 중국 황포강 하구 파일럿 스테이션에 도착해 도선사 2명을 태우고 강을 따라 7시간가량 올라왔다. 황톳빛이 감도는 탁한 강물 위에 수초가 떠내려왔고, 크고 작은 배가 분주히 다녔다. 강폭이 좁은 곳에서는 컨테이너 피더선, 모래를 실은 배가 너무 많아 적벽대전이 일어난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오전 10시께 부두에 접안하니 광저우(廣州) 영사관과 교민 그리고 중국 공안이 나와 일행을 맞았다. 점심을 먹은 후 광둥성 박물관으로 향했다. 광저우시는 인구가 1280만 명으로 베이징, 상하이 다음으로 큰 중국 제3의 도시. 광둥성은 인구가 1억 명이고 중국 세금의 50%가 나올 정도로 잘사는 곳이다. 평균온도가 22도로 연중 꽃이 피는 봄 여름 가을만 있는 삼계절의 도시로 불린다. 박물관은 현대식으로 웅장하게 잘 지어진 데다 전시품도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해양실크로드로서의 광저우 역할에 관한 것. 4층에는 당나라 시대 유물과 자료가 상세히 기술돼 있었다. 일정상 수박 겉핥기식으로 보고 나올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다음 목적지는 광효사. 이곳은 당나라 때 광저우의 유일한 절로, 신라 혜초 스님이 당나라로 건너와서 머물렀다. 금강지라는 스승을 만나 조언을 들은 뒤 광저우에서 배를 타고 당시 천축(인도)을 다녀와서 세계 4대 여행기로 꼽히는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을 남긴 절이다. 당시 아랍 상인과 교역을 하러 인도로 가려는 뱃사람들은 이 절에 와서 무사안녕을 빌었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에 주강(珠江) 건너편으로 보이는 광저우의 야경이 참으로 멋있었다.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광저우 TV 송신탑과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 사이에서 발하는 빛이 주강의 수면 위에 반사돼 아름답게 비추고 있었다.

다음 날(21일) 버스를 타고 네 시간(255㎞)이나 걸리는 양강시 해릉도에 있는 '해양실크로드 박물관'을 찾았다. 이 박물관은 1987년 어부의 신고로 발견된 송대(宋代) 해저 유물선('남해 1호')을 전시하기 위해 건립됐다. 영국 해양탐사회사와 중국 정부가 합심해 인양해 보니 배 크기는 전장 30.4m, 폭 9.8m였다. 해저 펄 속에 파묻힌 목선을 건져 올리기 위해 대형 철제 컨테이너를 만들어 둘러씌우고 그 위에 무거운 돌을 얹어 하중으로 눌러서 바닥까지 완전히 떠서 크레인으로 인양해 인근 바닷가에 지은 박물관에 옮겼다. 중국인의 배포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22일에는 버스를 타고 다시 광저우로 이동하는 동안 시간이 없어 점심을 버스 안에서 맥도날드 햄버거로 때우고 모슬렘 예배당인 청진사로 갔다. 안내를 맡은 사원 원장은 자신의 조상이 아랍인이라고 했다. 당나라 시대에 많은 아랍인이 무역하러 광저우로 왔고, 일부는 한족과 결혼해 특정 구역인 조차지에 거주했다. 전시품 보관장소 제일 안쪽의 고려인 '라마단'의 비석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당시 이슬람교도 성인 중의 한 사람으로 추앙받았다고 한다. 청진사는 중국과 아랍 문화가 혼합된 특색을 지녔다. 이어 혜초 스님이 구도의 여정으로 배에 오른 황포고항을 둘러보고 기념관을 구경했다.

마지막 일정으로 해양실크로드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가 열린 중산대학에 갔다. 23일 원래 오후 4시 출항할 예정이었으나 황포강 수로가 좁고 배가 많아 위험해서 낮에 빠져나가기 위해 낮 12시로 앞당겼다. 일행을 태운 한바다호는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황포강을 빠져나와 다음 입항지인 베트남 다낭항을 향해 힘차게 물살을 갈랐다.

남청도 한국해양대 기관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