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섬 해역에 서식하는 아열대종 무쓰뿌리돌산호류

지구온난화라는 범지구적 기상 변화와 더불어 부산 연안과 남해안의 아열대화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동해, 서해, 남해의 수온이 1968년부터 2000년까지 각각 0.72도, 0.99도, 0.53도 상승한 것으로 국립수산과학원 조사에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의 평균 상승 폭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히 해양 생태계는 수온 변화에 영향을 민감하게 받으므로 과학자들은 수온 1도 이상의 변화는 육상 생태계에서 5~10도 이상 변한 것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우리나라 아열대 생물종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제주도 해역의 생물종이 부산 연안뿐 아니라 울릉도와 독도해역에까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고, 연안 아열대화에 관한 대책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구로시오 난류 타고 올라온 어종
- 남형제섬·감지해변 등 정착 성공
- 기후변화로 수온 상승한 게 원인
- 정밀 모니터링으로 생태 살펴야

바다 환경은 해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필리핀 열대 해역에서 출발한 구로시오(kuro) 해류는 제주도 남쪽 서귀포를 기점으로 가거도를 거쳐 서해로 올라가거나, 남해에서 동해로 향한다. 부산 연안은 동해로 방향을 잡아 울릉도와 독도로 향하는 구로시오 해류의 중간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부산 연안은 앞으로 기후 변화와 해류의 영향으로 확산되어갈 아열대 생물종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지리적 요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온대와 아열대의 생태 특성이 공존하는 남형제섬 암반 조하대

아열대 해양생물종 중 대표 격은 빨간부채꼴 산호류 같은 연산호. 부산 연안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둘러보면 오륙도, 민락동 수변공원, 태종대 감지해변, 송도 암남공원, 남형제섬 등지에서 빨간부채꼴 산호류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자리돔, 청줄돔, 파랑돔, 씬벵이, 빨강불가사리, 어렝놀래기 등의 아열대종 또한 서식이 확인됐다.

특히 부산 외곽에 위치해서 외도라고 불리는 남형제섬의 암반 조하대 군집의 생태 특성은 상당히 독특하다. 수심 5m 지점까지의 암반 지형에는 해조군락(대황 및 감태)이 발달돼 해중림을 형성하고 있다. 그 아래에서 수심 20m까지 밤수지맨드라미, 곧은진총산호, 해송 등 다양한 종류의 연산호류가 화려한 수중 경관을 뽐낸다. 해중림은 광합성을 통해 바다에 영양물질과 산소를 공급한다. 해중림이 형성된 얕은 수심대에서는 이들 영양물질을 먹이감으로 삼는 어류와 무척추동물이 모여 들어 생명의 공동체를 형성한다.

	동삼동 해역의 곤봉 멍게류

제주도 바다가 고향인 자리돔의 경우 부산연안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2010년 당시 국토해양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이 공동으로 실시한 해양생태계 기본조사에는 남형제섬 해역에서 자리돔이 우점종으로 출현한다고 보고됐다. 국경 없는 바다에서 바다 동물들은 해류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다. 해류에 떠밀려 도착한 곳이 너무 춥거나 오염되었다면 얼마 버티지 못하겠지만 적응할 만하면 터전을 잡는다.

남형제섬 해역이 흥미로운 것은 해조류로 대변되는 온대 해양 환경과 연산호로 대변되는 아열대성 해양 환경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이 독특한 수중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남형제섬은 지난해 11월 30일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 고시됐다. 남형제섬 해역에 산호류가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구로시오 난류의 영향도 있지만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오염물질의 유입이 물리적으로 차단된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장마철 낙동강에서 쏟아져 나오는 황톳물과 각종 부유물은 바다로 확산되면서 남쪽으로 북형제섬, 동쪽으로는 영도, 서쪽으로는 가덕도까지 뻗어 영향을 주지만 남형제섬까지는 다다르지 못한다. 구로시오 난류를 타고 제주도 남쪽에서 출발한 아열대 종은 남형제섬을 교두보로 동해로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모니터링은 우리 연안의 생태계 변화를 예측하고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태종대 자리돔

	부산 연안의 범돔

※이 취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