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수정 검토" 눈치보기
- 환경부 "예정대로 1월 시행"
- 주무부처 수장 엇박자 논란

내년 1월로 예정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시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재계가 '기업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 이후 정부 안팎에서 시행 연기 가능성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주무부처 수장들 역시 시행 시기를 놓고 이견을 보이는 등 제도 시행을 5개월 앞두고 혼선이 커지고 있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와 관련해 기업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제도 보완을 검토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산업계가 부담해야 할 배출권 거래가격의 상한선을 낮추거나 배출허용 총량을 늘리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제도는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각 기업에 할당한 뒤 할당받은 배출량을 기업끼리 거래하게 하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과 파생상품시장 활성화 등이 주된 이유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2015년부터 3년간 최대 27조50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2020년까지 연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의 '수정 검토' 방침은 재계의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28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과연 (기업이) 견딜 만한 부담인가를 생각 중이다. 관계부처와 협의해 정부 방침을 조속히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대안을 마련하거나 최악의 경우 시행 자체를 연기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같은 날 재계 인사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온실가스와 관련해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이 있기 때문에 빨리 준비하는 게 좋다"고 정상 시행 방침을 재확인했다. 제도 시행이 반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무부처 수장들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셈이다.

해당 제도를 둘러싼 논쟁이 거듭되면서 운영 기관인 한국거래소의 준비 작업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달부터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거래소는 당장 오는 10월 모의시장 운영에 들어간다.

거래소 관계자는 "정책 불확실성 탓에 시스템 개발이나 시장 개설과 관련한 의사결정이 속도를 내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