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수학천재들이 대한민국 서울에 집결한다.'

'수학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수학자대회(ICM. International Congress ofMathematicians)의 개막이 눈앞에 다가왔다.

'나눔으로 희망이 되는 축제: 후발국에 꿈과 희망을'이라는 주제로 내달 13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는 세계 120여개국 5천여명의 수학자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참가자들은 지난 4년의 중요한 수학적 업적을 평가·시상하고, 국제 수학계의 현안과 발전방향을 논의한다.

우리나라가 이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처음이며, 아시아에서는 일본(1990년)·중국(2002년)·인도(2010년)에 이어 네번째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이번 대회는 한국이 세계 수학 강국의 반열에 오르는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세계 수학계의 '다크호스'로 부상한 한국

ICM을 주최하는 국제수학연맹(IMU)은 70여개 회원국을 수준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눠 차등 투표권을 부여한다.

우리나라는 1981년 가장 낮은 1군으로 가입한 뒤 1993년에는 2군으로 올라섰고 2007년에는 두 번째로 높은 4군으로 상향 조정됐다. 1920년 IMU 설립 이래 한 번에 두 단계나 등급이 상승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 수학의 급속한 발전과 미래가능성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현재 최상위 등급인 5군에는 선진 8개국(G8)과 이스라엘, 중국 등 10개국이 올라 있다.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내에 세계 수학의 변방에서 중심부로 진입한 성과를 바탕으로 2014년 ICM 유치를 위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시 우리의 경쟁상대는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은 캐나다(5군)와 사상 첫 중남미 대륙 개최를 명분으로 내세운 브라질(4군)이었다.

유치전 초반에는 두 나라에 다소 밀리는 듯했으나 열악한 사회·경제적 조건을 극복하고 자력으로 수학 발전의 토대를 닦았다는 점과 이런 경험을 다른 개도국에 전파하겠다는 점 등을 강조해 유치권을 따냈다.

미래부는 이번 대회의 수준 높은 학술행사와 국내·외 수학자간 협력·교류를 통해 한국 수학의 국제적 위상이 한 단계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수학 대중화와 산업과의 연계 강화도 이번 대회의 파급 효과로 꼽힌다.

과거 사례를 보면 중국은 2002년 세계수학자대회 개최 이후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이 70% 이상 증가했고 주류 수학에서 의미 있는 업적을 이룬 수학자도 다소 출현했다.

2010년 대회를 개최한 인도도 2007년 세계 17위권이던 수학분야 연구논문 수가 2012년에는 14위로 상승하는 성과를 냈다.

◇ 서울에 뜨는 수학계 거물 누가 있나

이번에 서울을 찾는 해외 수학자의 면면은 국내 수학계를 들뜨게 하기에 충분하다.

대중강연을 위해 초청된 존 밀노어 미국 뉴욕주립대(스토니브룩) 교수는 1962년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Fields Medals)은 물론 울프상, 아벨상 등 수학계의 권위 있는 상을 휩쓴 인물이다. 그는 위상수학과 K이론의 대가로 통한다.

밀노어 교수는 대중강연에서 자신의 전공인 위상수학의 발전 흐름을 소개할 예정이다.

제임스 사이먼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명예회장(전 하버드대 교수)도 빼놓을 수없다.

그는 미분기하학의 지도자로 불리는 중국 출신의 천싱선 전 닌카이대 교수와 함께 '천-사이먼스 이론'을 발표해 7대 수학 난제 가운데 하나인 '푸앵카레의 추측'을푸는 열쇠를 제공했다.

그는 하버드대 교수에서 헤지펀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변신, 수학 이론을증권시장에서 접목함으로써 세계 74위의 거부로 올로서는 등 경제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사이먼스 회장은 서울에서의 대중강연에서 '수학과 삶'을 주제로 자신의 인생역정을 담담하게 풀어나갈 예정이다.

이밖에 1990년 필즈상을 수상한 모리 시게후미 IMU 차기 회장, 2006년 수상자인벤델린 베르너 IMU 집행위원, 2010년 공동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세드리크 빌라니 프랑스 앙리 푸엥카레 연구소장·응오 바우 쩌우 베트남 고등연구소장 등도 방한해 자리를 빛낸다.

국내 저명 수학자도 대회에 참가해 세계 수학계에 존재 가치를 알린다.

이 가운데 황준묵 고등과학원 교수는 이번 대회 21명의 기조강연자 명단에 포함됐다. ICM의 기조강연자는 IMU가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는 수학자 중에서 직접 선정하는데 한국인이 기조강연을 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밖에 김범식 고등과학원 교수, 강석진·이기암·하승열 서울대 교수, 김병한 연세대 교수 등 5명이 초청연사로 나선다.

◇ 다채로운 행사…지구촌 수학계를 달구다

서울 ICM은 기초과학 분야 최대 국제학술행사라는 명성에 걸맞게 수학자와 일반대중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그 가운데 대회 첫날 개막 행사로 진행되는 필즈상 수상자 선정과 시상식은 '대회의 꽃'이다. 특히 개최국의 국가원수가 직접 수상자에게 메달을 수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상연도를 기준으로 40세 미만의 뛰어난 업적을 낸 수학자에게 주어지는데 지금까지 총 52명이 이 상을 받았다. 아직 우리나라는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필즈상 외에 네반리나상(Rolf Nevanlinna Prize. 수리정보과학 부문), 가우스상(Carl Friedrich Gauss Prize. 응용수학 부문), 천상(Chern Medal Award. 기하학 부문), 릴라바티상(Leelavati Prize. 수학대중화 부문)의 시상도 함께 진행된다.

부대행사로는 수학영화를 감상하고 역대 필즈상 수상자와 수학 이야기를 나누는수학영화 상영 이벤트, 터치스크린을 통해 수학적 조형물의 3차원 형상을 체험할 수있는 가상세계 체험전 등이 열린다.

수학자와 국내 유수 바둑기사가 바둑을 두며 두뇌싸움을 벌이는 흥미로운 이벤트도 마련돼 있다.

학술행사로는 국내·외 수학자의 기조강연이 21회, 초청강연이 179회, 구두·포스터 발표를 포함한 일반강연이 1천755회 준비됐다.

우리나라는 개도국 수학 발전을 지원한다는 유치전 때의 약속을 지키고자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개도국 수학자 1천여명에 대해 등록비, 왕복 교통비, 체재비 등 경비 일체를 지원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