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습지의 날 홍보 포스터.

'세계 습지의 날' 국내 행사가 정부 부처 간 나눠먹기식으로 진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 습지는 내륙습지(환경부 관할), 연안습지(갯벌·해양수산부 관할)로 나뉜다. 매년 열리는 습지의 날 행사는 두 부처가 윤번제로 주관하는데, 한 부처가 주관하는 행사에서는 다른 부처의 관할 습지에 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수부는 '제13회 세계 습지의 날' 기념행사가 10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다고 9일 밝혔다. 올해 행사도 겉으로는 해수부와 환경부 공동주최지만, 올해 행사는 실제로 해수부가 맡았고 해양환경관리공단, 인천시가 주관한다.

문제는 올해 행사가 해수부 관할인 갯벌 위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특히 14개 기관에서 설치한 홍보·체험부스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부스를 설치한 인천시는 송도갯벌을, 인천녹색연합은 점박이물범(백령도 인근 서식) 보호, 전남 보성군은 벌교갯벌을, 신안군과 증도갯벌생태전시관 역시 갯벌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행사 참여 대상에는 경남도(창녕군 우포늪), 울산시(울주 무제치늪), 대구시(달성습지), 강원도(대암산 용늪) 등도 포함되는데 이들 시·도나 단체는 이번 행사에는 홍보 부스를 설치하지 않았다. 연안습지도 중요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들 내륙습지는 세계적인 '람사르 습지'. 반면 지난해 환경부가 주관했던 제12회 세계 습지의 날 행사는 경남 창녕군 일원에서 열렸다. 람사르 총회 사무총장도 참석했던 지난해 행사는 내륙습지 위주로 치러졌다. 매년 이런 방식으로 행사가 진행되면 시민에게 습지에 대한 다양하고도 전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 올해 행사에 참여할 인천·경기지역 어린이와 학생에게 갯벌만 중요하다고 학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해수부는 올해 1월 '육·해상 환경보전을 위해 힘 합친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겠다고 홍보했지만, 정작 습지보호와 홍보에는 제대로 된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환경단체인 '습지와 새들의 친구' 천성광 공동대표는 "부처의 입장에서 다른 부처의 관할을 건드리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매년 행사를 공동(실제로)으로 열어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습지홍보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 환경부 관계자는 "부스 체험 외에 다른 행사에 내륙습지도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