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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신안군 가거도 인근 해역에서 해경 단속선과 헬기가 불법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추격하고 있다. 해경이 해체되면 중국 어선의 불법어업 단속에 공백이 우려된다. 국제신문 DB |
- 벌써부터 中 어선 불법조업 활개
- 해경 무기·수사권 없어져 무방비
- 해적퇴치에도 사실상 속수무책
- 독도·이어도해역 분쟁 발생하면
- 없어지는 해경 대신 해군이 출동
- 日·中과 무력 충돌 가능성 잠복
- 국가안전처로 주요업무 이관땐
- 해수부가 외청으로 전락 우려도
해양경찰청이 해체되면 부산과 일본 간 대한해협, 중국 어선들이 불법어업을 일삼고 있는 서해의 심각한 해상치안 공백이 우려된다. 최근 들어 서해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이 도를 넘고 있다.
■일본, 강력한 해상보안청
28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일본 해상보안청은 한국의 해양경찰청과 흡사하다. 해상보안청은 ▷범죄수사가 포함된 해양경비 ▷해난구조 ▷해양정보 ▷해양교통 업무를 관장한다. 우리 해경도 ▷경비구난 ▷수상레저·관광과 관련된 해상교통 안전관리 ▷해상치안 ▷정보·수사 ▷해양오염방제 등의 기능이 있다. 해경의 경비·치안 업무는 일본 해상보안청의 해양경비 기능과 똑같다.
일본 해상의 7관구, 해경청 산하 남해해양경찰청의 관할 구역은 연관돼 있어 두 기관은 업무협약(MOU)을 맺고 공조수사, 인력교류 중이다. 부산~일본 여객선에 사고가 발생하면 남해해경청과 해상보안청이 협조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구상에 따라 우리 해경(향후 국가안전처)은 무기도, 수사권도 없는 조직으로 바뀐다. 경비 도중에 충돌이 생기면 수사권을 가진 해경이 그 과정의 정보를 즉각 수집해 수사에 활용해야 효율적인데, 그럴 수 없다는 뜻이다. 첨단 무기로 저항하는 중국 어선을 무장해제된 채 제대로 단속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나온다.
반면 해상보안청은 유사 상황이 발생하면 내각총리대신이 방위청(국방부) 산하에 편입시킬 수 있는 강력한 조직이다.
물론 우리 해경이 정보·수사 기능을 남용한 측면이 많다. 해경이 부산공동어시장 수사를 벌인 적도 있다. 이처럼 경찰(육상)의 영역을 침해한 데 대해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해적 예방·퇴치 무방비
해경이 해체되면 근본적인 해적 퇴치에도 장애가 생긴다. 소말리아 해역에는 '수사권이 없는' 해군이 경비를 맡고 있다. 해군은 해경보다 더 강력한 무기를 지니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범죄 혐의가 짙은 해적들을 발견해도 경찰권이 없는 해군은 체포할 수도 없고, 전쟁 상황이 아니면 발포할 수도 없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적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근본적인 해적 퇴치를 위해서는 경찰 기능(수사+범죄 때 대응)을 할 수 있는 해경 인력이 파견돼야 한다는 여론이 많지만 이번 정부의 조직 재개편은 거꾸로 가고 있다.
■해수부와 해경, 이와 잇몸 관계
해수부와 해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해경의 해양안전 업무는 해수부의 해사안전국, 해양정책실의 해양레저과와 업무를 분담한다. 해경의 해양오염방제는 해수부 해양환경정책관, 해수부 산하 해양환경관리공단과 밀접하다. 해양영토와 관련, 국제원양정책관 소속 해양영토과가 해경과 공조한다. 해경은 불법어업 단속에서 해수부 수산정책실의 하부 기능을 맡고 있다.
안전처에 해경 업무가 이관되면, 장관급 부처(해수부-안전처)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 그간 해수부의 외청인 해경이 해수부를 얕잡아 본 것은 해경이 육상으로 수사권을 남용한 데다 한때 폐지가 된 해수부의 위상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안전처에 힘을 실어주면 해수부의 위임사무를 수행하는 기존 해경(안전처)이 해수부를 지휘하는 모순도 발생한다. 팔, 다리(해경)를 잃고 눈(항만 VTS)이 없는 해수부는 안전처의 외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해경이 해체되면 장기적으로는 동아시아 분쟁도 심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많다. 김태만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는 "동아시아 해역에서 군사적 경제적 긴장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해경을 해체하면 분쟁 때 해군이 출동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전쟁상황에 이른다"고 말했다.
# 61년간 쌓아온 해경 수사 노하우도 사장될 위기
- 2011년 소말리아 해적 사건, 선상살인 수사·재판 경험 등
- 조직 해체되면 활용 어려워져
해양경찰청이 해체되면 61년간 쌓아온 바다에 특화된 수사 노하우가 사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경은 1996년 페스카마호 선상살인 사건, 2011년 소말리아 해적재판 같은 국제해상범죄 수사에서 탁월한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2월 15일 부산 앞바다에서 화물선 '캡틴 반젤리스'호에 구멍이 생겨 기름이 쏟아지자 사투 끝에 유출 부위를 틀어막은 남해해양경찰청 특수구조단 소속 신승용·이순형 경사의 기름 범벅된 얼굴(본지 지난 2월 17일 자 3면 보도)을 기억하는 시민이 많을 것 같다.
해경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소말리아 해적에 관한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해적에게 피랍된 부산 선적 '삼호주얼리'호의 석해균 선장과 선원들이 청해부대의 '아덴만의 여명' 작전으로 구출됐다. 이 과정에서 생포된 해적 5명의 신병처리가 부산에서 이뤄졌다. 수사 이후 진행된 해적재판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첫 국민참여재판이었다.
해적 수사가 부산에서 진행된 배경에는 부산 해경이 페스카마호 선상살인 사건 수사 경험을 가진 것이 한몫했다. 페스카마호 사건은 1996년 8월 2일 남태평양 사모아섬 부근 해상에서 중국 동포 선원들이 열악한 작업환경과 폭력에 반발해 반란을 일으켜 선원 11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바다에 버린 사건이다. 이 사건 역시 부산에서 모든 사법처리 수순을 밟았다. 페스카마호 사건과 소말리아 해적 사건은 해상강도 사건으로 법리가 같았다.
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8일 "해적재판을 계기로 '부산=국제 해양도시'라는 점이 결정적으로 부각됐고 부산해경, 검찰, 법원 등이 질적으로 성장하는 기회가 됐다"며 "해경의 수사권이 경찰청으로 흡수되면 해경 수사의 독자성, 해적 수사의 노하우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적재판을 계기로 남해해양경찰청, 부산지검, 해군, 부산해양항만청, 해양안전심판원 등이 모여 급증하는 해양범죄 단속과 예방을 연구하는 '해상범죄연구회'를 결성했다.
# 해경 해체·해수부 축소는 靑 해양 무관심이 주원인
해양수산부 축소, 해양경찰청 해체 등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해양에 대한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VTS 통합 등 그동안 해경의 숙원을 해결함으로써 해양안전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항만 종합서비스의 핵심 기능(해수부 소관)인 항만 VTS를 '해경 달래기' 정도로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사고 해역의 연안 항로를 안내하던 진도 VTS를 운영한 것은 해경이었는데, 사고를 낸 기관에 이와 유사한 기능이 이관되는 것은 모순이다. 박 대통령의 구상을 보면 해경 인력의 90%는 국가안전처로 가고, 이 안전처가 항만 VTS를 관리하게 된다. 하지만 항만 VTS는 해수부의 눈과 같은 기능이고, 해경은 해수부의 팔과 다리 역할을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해수부가 지속 가능한 역할을 하고 대한민국이 해양강국으로 가려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높다.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28일 '세월호 대참사' 토론회에서 "오히려 해양통합정책을 강화해야 바다 사고가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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