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박 안전 운항 등대역할 VTS
- 항만구역 해상 국가안전처 담당
- 육상은 해수부가 맡아 따로 운영
- 비상상황 땐 초동조치 혼선 우려
- 유관기관 업무협조에도 '빨간불'
- 항만운영 효율성 되레 저하 우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대책으로 해양수산부의 해상교통관제센터(항만 VTS) 업무를 떼어내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로 넘기겠다고 밝힌 데 대해 항만 전문가들은 "항만운영의 연계성 저하와 이원화로 항만서비스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VTS, 항만운영의 '주춧돌'
항만 VTS(Vessel Traffic Service)는 항만과 주요 선박통항로에서 효율적인 선박통항 관리를 통해 안전한 해상수송로 확보와 해양사고 예방 역할을 한다. 첨단장비를 이용하는 VTS 기능이 간단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VTS는 안전 기능을 바탕으로 입·출항 우선순위, 선석·정박지 지정, 도선·예선 지원 같은 효과적인 항만시설과 선박 운항을 관리해 항만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주춧돌 역할을 한다. 안전에 초점을 맞춰 VTS 기능만 떼어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뜻이다.
국제신문은 지난 21일 한국해양대가 있는 부산 영도구 아치섬(조도) 정상에 자리 잡은 부산항 VTS 센터를 찾았다. 군부대 안에 있어서 하루 전에 미리 출입 신청을 했다. 해상교통관제사 6명이 3개 섹터로 나눠 북항, 감천항, 남외항 등을 통항하는 선박과 쉴새 없이 안전운항에 관한 정보를 교신하고 있었다. 부산항 북항과 부산신항을 운항하는 선박은 하루 평균 400여 척에 이른다.
해상교통관제사는 상당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VTS에 근무하는 해상교통관제사는 5급 항해사 면허를 취득한 뒤 선박 승선 경험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공채를 통해 선발하고 관제영어 교육 등 연수를 거쳐 실무에 배치된다. 신입 관제사 대부분이 한국해양대, 목포해양대 출신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와 달리 세월호 참사를 방조한 진도 VTS 센터는 항만 서비스와는 다른 차원의 VTS였다. 여객선이나 어선의 통항이 많은 연안을 관제하는 업무였다. 이 연안 VTS를 해경이 맡아 일반 해경이 순환근무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해수부에서 운영하는 항만 VTS와는 달리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참사의 원인 중 하나다.
■유관기관 협조 '삐끗'
부산해양항만청 부산항 VTS 센터와 부산신항 VTS 센터의 유관기관은 10여 곳에 이른다. 부산항만공사(BPA), 부산항도선사회, 부산해경, 부산시 항만소방서, 한국해운조합 부산지부, 부산세관, 국립부산검역소,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해양환경관리공단 부산지사, 부산기상청 등이다.
현재 이들 유관기관 상당수가 부산해양항만청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어 업무 협조가 유기적이다.
국가안전처가 이 업무를 관장하고 영역을 넓혀가기 시작하면 해양 분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또 다른 전문성 문제도 우려된다. 부산항·부산신항 VTS센터와 부산해양항만청의 업무 협조에도 문제가 생긴다. 부처가 달라서 공문을 보내 협조를 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해양사고나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오히려 유관기관 간 신속한 전파나 초동조치에 혼선을 빚을 수 있다.
■항만구역 안전처-해수부 이원화
항만구역은 해상의 항만관제구역과 육상의 항만, 항만배후단지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VTS 기능이 국가안전처로 넘어가면 항만구역의 해상은 국가안전처, 육상은 해수부가 각각 맡아 이원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두 부처의 따로국밥식 운영으로 항만운영의 시너지효과가 사라질 뿐 아니라 서비스와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세월호 참사는 VTS 문제가 아니라 중고선박의 도입부터 안전점검에 이르는 관리체계 모순의 연쇄로 빚어졌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 여객선 안전관리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공길영 교수는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을 한국선급(선박개조 검사)-해경(운항관리규정 심사)-해양수산부(운항 허가)-해운조합(출항 전 과적·고박 점검)으로 이어지는 '선박안전관리기관의 유기적 협업체계 미흡'으로 분석했다.
공 교수는 27일 오후 2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한국해양대 주최로 열리는 '세월호 참사 재발 방지 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의 '세월호 참사 원인분석'을 발표할 예정이다.
※항만 VTS(Vessel Traffic Service)
레이더,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지능형 CC(폐쇄회로)TV 등을 이용해 무역항의 입출항 선박을 관찰하고 안전한 운항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사고 예방은 물론 효율적인 해운 수송로를 확보해 항만운영의 효율성과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항만 종합서비스다. 부산항, 부산신항을 포함해 전국 15곳의 무역항에 항만 VTS 센터가 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있는 진도 VTS는 해양경찰청이 관리하는 '연안 VTS'다. 해경은 진도와 여수 등 연안 VTS 2곳을 관리한다. '연안 VTS'는 연안 해역을 통과하는 선박을 안내하는 기능으로, 항만 서비스의 핵심 부분인 '항만 VTS'와는 다르다.
# 부활 1년 만에…해수부 이름뿐인 부처로 전락하나
- 해양안전 업무 대폭 이관 불가피
- 명맥만 유지…사실상 해체 수준
- 중앙정부 "없어도 된다" 인식 탓
국가안전처가 신설돼 해양안전에 관한 업무를 전담한다는 것은 국가 조직에 해양을 전담하는 조직이 해양수산부 이외에도 생긴다는 뜻이다. 해수부의 업무를 다른 어느 부처가 전담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실상 해수부 해체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가 조직에 해양통합행정 부처인 해수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해양 분야를 따로 떼어낸 일은 유례없는 일이다. 해양수산부의 영문 명칭은 'Ministry of Oceans and Fisheries'. 이는 해양과 수산업을 관장하는 부처라는 뜻이다.
해수부는 1996년 8월 여러 부처에 분산된 해양 관련 업무를 통합해 신설됐고, 2008년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생기면서 폐지됐다가 지난해 3월 재설치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항만 물류의 통합을 명분으로 국토해양부를 만들었지만, 국토 건설정책을 전담하는 국토해양부에서 해양 분야를 홀대했다.
자연스럽게 해수부 출신 공무원은 이 부처에서 주요 보직을 맡지 못했다. 해양 의제가 국가 정책의 뒤로 밀려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런 부작용으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현 대통령, 문재인 대선 후보 등은 해수부 부활을 한목소리로 공약했다.
재출범 1년 만에 해수부는 다시 무력화 위기를 맞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 청해진해운의 과적 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신설될 국가안전처에 해양안전본부가 생기면 해양과 안전이 연관된 거의 모든 업무가 이관될 가능성이 높고 해수부는 해체 수준의 기능 분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우선 해수부 내의 항만국, 각 지방해양항만청, 해수부 내의 해사안전국의 일부 기능이 안전처로 이관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해수부 산하 독립기관인 중앙해양안전심판원도 떼어내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해양대 김길수 교수는 "이 논리들의 이면에는 해수부는 없어도 되는 부처라는 시각이 깔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