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검 특별수사팀 수사관들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자택에서 압수물품을 박스에 담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천해지 918억 원 등 13개 회사에
- 부실·편법대출 가능성 배제 못해
- 여신심사 소홀 등 정황 포착 땐
- 즉시 현장 긴급점검 나서기로

- 유 전 회장 일가 보유 부동산
- 경남 고성 등에 총 수천억 달해

청해진해운과 이 회사의 최대주주 등 세월호와 관련된 회사들이 최근 수년간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도 금융권에서 최소 2000억 원 이상을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대출 과정에서 제대로 된 여신 심사를 받지 않는 등 부실·편법 행위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이들 기업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족이 소유한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대출 현황과 문제점을 점검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점검 대상 회사는 세월호 운영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천해지(청해진해운 최대 주주),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와 아해·다판다 등 13개사다. 이들 모두 유 전 회장 일가족과 관련된 세월호 관계사이거나 계열사들이다.

금감원의 이번 점검은 은행권과 제2금융권을 통한 이들 회사의 대출액 규모가 2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된 데 따른 조치다. 금감원 관계자는 "세월호 관계사들의 여신 규모는 현재까지 파악된 것만 최소 2000억 원 이상"이라며 "유 전 회장 일가족의 대출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00여억 원 중 가장 큰 대출 규모를 기록한 회사는 천해지다. 이 회사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산업은행으로부터 총 918억 원을 대출받았다. 건물과 토지 등을 담보로 단기성 자금 446억5000만 원과 장기성 자금 337억2000만 원을 빌렸다.

문제는 천해지를 포함한 계열사들이 수년째 극심한 경영난을 겪어 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거액의 대출이 이뤄졌다면 부당행위나 부실대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실제로 천해지의 지난해 당기순이익(10억1000만 원)은 전년(12억5000만 원) 대비 2억4000만 원 줄었다. 청해진해운과 천해지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아이원아이홀딩스 역시 지난해 4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밖에 세모(14억4000억 원) 트라이곤코리아(21억8000만 원) 문진미디어(9억 원) 온지구(5억6000만 원) 등 유 전 회장 일가족 소유 계열사에서도 대부분 적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이들 회사와 유 전 회장 일가족에 대해 편법 대출 여부와 대출 리스크 관리 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대출 과정에서 부당행위가 포착되면 즉각 현장 검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한편 유 전 회장 일가족이 소유한 계열사들의 부동산 투자 규모 역시 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3개 계열사 중 감사보고서상 확인된 10개 회사는 1845억 원 규모의 부동산을 보유했다. 천해지가 경남 고성군 동해면에 가장 많은 830억 원 상당의 부동산(13만1000㎡)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