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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곳 중 4곳 '무늬만' 협동조합…설립신고만 해놓고 사업 안해

부산지역 99곳 실태조사

  • 최현진 기자 namu@kookje.co.kr
  •  |   입력 : 2014-03-30 20:44:15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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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황·문제점

- 수익모델도 없이 마구 설립
- 대부분 영세, 아직 초보단계
- 공익성 조합 수는 전국 꼴찌
- 설립 열풍 올들어 한풀 꺾여

# 정부·지자체 대책

- 양적 확장보다 내실화 중점
- 정부, 中企로 육성방안 검토
- 부산시, 지원센터 본격 가동
- 건실한 조합 맞춤지원 나서

협동조합기본법이 생긴 지 1년이 넘었지만 부산 지역 협동조합은 아직 초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협동조합 99곳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합 신고 후 사업자 등록을 한 곳은 59곳(6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을 해야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등 실제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말 현재 부산시에 신고한 협동조합 수는 총 223곳으로 전국에서 서울과 경기도, 광주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 법인 등기 85%에 그쳐

부산시의 조사결과 협동조합 신고 후 법인 등기를 마친 곳은 84곳(85%)에 그쳤다. 등기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 못해서'라고 답한 조합이 53%로 가장 많았다. 법인을 설립한다는 것은 사업 추진을 위해 첫 단추를 끼우는 단계다. 사업자 등록이나 법인 등기를 한 조합 비율이 저조한 것은 협동조합 상당수가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없이 막연하게 정부 지원을 바라고 조합을 신고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렇다고 공익 성격을 띠는 사회적협동조합이 많은 것도 아니다.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은 31일 창립총회를 여는 부산국제중·고교를 제외하면 한 곳뿐이다. 이는 전국 '꼴찌' 수준이다.

최근에는 협동조합 설립 열풍도 한풀 꺾였다. 지난 1월 말까지만 해도 월평균 17곳이 협동조합 신고를 했으나 지난달에는 13곳에 그쳤다. 이달도 지난달과 비슷하거나 적을 전망이다.

협동조합 중 전국 시장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곳은 36곳에 불과했다. 대부분 지역 상권 시장(31곳)과 협동조합 내 조합원(18곳), 정부 조달 시장(17곳)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조합원 수는 25.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평균 조합원 수(58.7명)에 절반도 되지 않는 규모다. 최소 설립 기준인 조합원 5명인 곳도 29%를 차지했다. 평균 직원 수는 0.8명이었다. 이 역시 전국 평균(1.78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조합의 질을 알 수 있는 조합당 평균 출자금도 1354만 원으로 전국 평균 2937만 원과 한참 차이가 났다. 그만큼 부산 지역 협동조합 대부분이 영세하다.

한편 협동조합 중에서는 도·소매업이 48곳(49%)으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11곳)과 교육서비스업(10곳)이 뒤를 이었다. 유형별로는 사업자끼리 뭉치는 사업자 협동조합이 87곳(88%)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 이번 실태조사 배경은

   
지난해 7월 1일 부산시 주최로 시청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1회 협동조합의날 기념식. 국제신문 DB
A 조합은 뚜렷한 사업 구상도 없이 정부 지원금을 바라고 지난해 협동조합 설립 신고서를 냈다. 하지만 설립 신고 1년이 다 되도록 사업자 등록은커녕 법인 등기조차 마무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조합 측은 부산시의 지원 의지가 약하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영세한 데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지역 협동조합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부산시의 실태조사는 이러한 협동조합의 면면을 제대로 살펴보고 개선책을 찾자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부산시는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후 지난해 5월 협동조합 지원 조례를 제정하면서 협동조합 활성화에 나섰다. 시는 조례에 따라 종합 지원 대책을 수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월평균 17곳의 조합이 설립되고 있음에도 이들의 경영 상태가 어떠한지 알 길이 없었다. 지원 조례에는 1년에 한 번 실태조사를 한 후 이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는 조례 제정 이후 처음 이뤄졌다.

이번 조사는 전화와 이메일 외에도 현장방문을 병행했으나 조합 설립자가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힘들어서 애를 먹기도 했다. 정부가 협동조합의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관련 기관 간 네트워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부산시의 판단이다.

■ 협동조합, 가려서 지원

부산시는 협동조합을 활성화하고자 지난해 지원 조례 제정에 이어 이달 초 시청 2층에 협동조합지원센터를 열고 운영에 들어갔다. 지원센터는 협동조합 관련 법과 제도, 설립 신고서류 작성요령 등 협동조합 모든 분야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원센터는 나아가 내실 있는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조합 설립과 운영을 유도할 방침이다. 상담 단계에서 진정한 사업 의지가 있는지를 파악, 맞춤식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정부도 협동조합 내실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다음 달 15일부터 협동조합이 중소기업의 지위를 갖도록 지난 1월 중소기업기본법을 일부 개정했다. 아직 세금 감면 혜택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갖고 있지만 교육과 컨설팅, 청년 인턴제 지원 수준에서 중소기업과 같은 대접을 하기로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최근 협동조합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진정으로 사업하려는 이가 조합 설립 신고를 하는 추세다. 정부가 협동조합을 중소기업으로 육성하려는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어 앞으로 분위기가 반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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