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쪽 모두 불신·불안 드러내
- '오락가락 정책' 불만도 쏟아져
- 소형주택 계약 보류 사례도
- 다주택 소유자들은 매각 고민

퇴직금 등을 긁어모아 최근 소형 아파트 두 채를 마련한 이모(62·부산 동구 수정동) 씨는 요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30만 원가량의 월세를 받아 생활비 일부를 충당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탓이다.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이 갈팡질팡하면서 집을 팔고 다른 데 투자를 해야 할지, 그대로 갖고 있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것이다.

이 씨는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 원 이하인 2주택 보유자의 소득세 부담을 줄여주고 부과 시점도 2년 늦춘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어느 시점에선가 세금을 물리겠다는 말 아니냐"면서 "재산을 불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노후의 생활비를 벌겠다는 것인데 거기다 과세를 한다면 너무 막막하다. 부동산중개업소에 월세를 전세로 바꾸는 것이 낫지 않은지 물어봤는데 속 시원하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2·26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에 대해 '세금 폭탄'이란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는 지난 5일 개선안을 발표했다. 보완책은 세금을 다소 깎아준다는 것인데, 부산지역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정부 정책이 또 바뀌는 것 아니냐는 냉소는 물론 소형 아파트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확산되고 있다.

부산지역 A 세무사는 "최근 소형 오피스텔을 구입하기 위해 세금 문의를 하던 임대사업자가 지난 5일 계약을 보류했다. 전·월세에 대해 세금이 부과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데다 소득까지 노출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망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A 세무사는 "주택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 고민하고 있다. 임대사업자는 월세와 수익이 드러나는 걸 우려한다. 단순히 소득이 드러나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4대보험 등 다른 준조세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2016년부터 2주택 보유자의 전세금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는 데 대해 집주인들은 당혹해하고 있다.

세입자들도 한숨을 쉬기는 마찬가지다. 직장 2년 차 김모(30) 씨는 "정부가 한 달 치를 공제받는 혜택을 준다고 하는데 집주인이 세금을 내는 만큼 월세를 올릴 것 아니냐. 결국 부담은 더 커진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세제 혜택을 받아 유리해 보일지 몰라도 칼자루는 집주인이 쥐고 있는데 눈치까지 봐야 하니 더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A 세무사는 "소득공제의 학습효과가 모두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당초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을 많이 사용하면 소득공제를 그만큼 주는 것처럼 정책을 추진하다 어느 순간 이를 축소하면서 '13월의 월급'이 사라진 것처럼, 일단 임대소득자들에게 세제혜택을 주면서 세금 부과를 시작한 뒤 과세 폭을 키울 것이란 우려다.

부산 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 정책이 자꾸 바뀌니까 기다려보자는 심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월세 소득을 소급해서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보완책에 대해서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에 예금을 해도 금리가 낮으니까 오피스텔이나 소형 아파트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가 많았는데 이번 정부 정책으로 여러 채를 보유한 임대사업자들은 매각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