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직권남용' 고소 방침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법률상 한국거래소(KRX)를 공공기관에서 해제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으나 기재부가 방만 경영만을 문제 삼아 공운위 중론을 묵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RX의 준정부기관 자격을 유지키로 한 기재부의 결정이 법률 위반 여지를 드러내 소송 제기 등 파문이 예상된다.
28일 KRX와 공운위 등에 따르면 전체 공운위원 17명 중 정부 위원 8명을 제외한 민간 위원 9명은 지난 23일 KRX의 공공기관 해제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사전검토 회의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돼 공공기관에서 해제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는 공운위 본회의에 하루 앞서 민간 위원들의 의견을 사전 취합하기 위해 열린 것이다. 하지만 기재부는 본회의에서 방만 경영 해소를 조건으로 내걸고 KRX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유보했다.
이와 관련, KRX 관계자는 회의 당사자의 전언을 토대로 "당시(24일) 상당수 위원이 (기재부에) 공공기관 해제를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공운위의 한 민간 위원 역시 "위원들 사이에서 (해제 요구) 기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재지정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당시 본회의에 배석한 기재부 관계자는 "(방만 경영 문제를 적용한) 정부 입장을 이해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KRX 안팎에서 기재부의 '공운위 주장 묵살'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KRX 공공기관 재지정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KRX의 방만 경영 문제와는 별개로 명백한 법률 위반 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RX 노조는 헌법 소원 제기뿐 아니라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을 상대로 직권남용과 법 위반 등 책임을 물어 다음 달 중순 고소·고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헌법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등을 명백히 위반했기 때문에 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KRX 내부에선 이 같은 법적 대응을 놓고 사측과 노조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기재부가 KRX의 방만 경영 해소를 '연내 재검토'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만큼 정부와 불필요한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사측의 입장이다. KRX 관계자는 "노조의 강경 대응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지만 사측 입장에서 껄끄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