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박금융공사 설립 등 5년째 지연
- 규제 없애고 행정절차 간소화 시급
- 국제금융 인력양성기관 유치 필요

- 지자체-금융기관 협의체 구성을
- 한국거래소 공공기관 해제 필수
- 마케팅·혁신역량 강화 투자 등도

2009년 1월 정부는 서울 여의도와 함께 부산 문현지구를 금융중심지로 지정하면서 부산을 국제적 선박·파생 분야에서 특화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도 2020년까지 모두 2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선박금융전문기관을 유치하고, 2016년까지 동북아시아 선박유통시장 선점을 위한 국제해운거래소를 설립하며, 해운비즈니스클러스터를 조성해 동북아 해양·파생특화 금융중심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되고 로드맵이 발표된 지 벌써 5년째다. 문현금융단지가 조성되면서 조금씩 가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현재까지 어떤 외국 자본도 투자 의향을 밝히지 않았다. 금융 관련 공공기관 몇 곳의 이전이 확정된 것 외에는 선박금융공사, 국제해운거래소 설립 등은 대폭 후퇴하거나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외국 금융기관 유인책 시급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내에 입주한 기술보증기금(기보) 전경. 문현금융단지에는 기보, 한국은행 부산본부를 비롯해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부산은행 본점 등이 들어선다. 국제신문 DB

정부는 선박금융공사 대안으로 해양금융종합센터 해운보증기금 수협중앙회 등 세 기관을 부산에 설립하거나 이전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민사회는 정부 안이 각 기관에 흩어진 기능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창수 부산대 무역학과 교수는 "여러 기관의 집행담당 부서를 한곳에 모아놓는 수준의 정부 안은 사업을 총괄 추진할 컨트롤 타워가 없는 단순한 '창구' 역할에 불과하다"며 "선박금융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만큼의 의사결정 기능을 갖춘 선박금융공사 설립이나 정책금융공사 부산이전 조기 실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외국 금융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행정 및 재정지원도 미흡한 실정이다. 홍콩 싱가포르 더블린 시카고 등 해외 주요 금융중심지들은 각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과감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금융중심지로 성공했다. 또 이들 도시는 수준 높은 금융인력 양성기관을 갖추고 있어 국제금융업무에 적합한 인력공급과 국제금융 거점화에 필요한 외국인 고급인력 유입이 가능했다.

이에 따라 부산 금융중심지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하며 과감한 조세혜택을 통해 외국 금융기관 유인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용범 한국은행 부산본부 과장은 "외국 금융기관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국제화된 금융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정부가 주도해 금융전문 교육기관을 직접 설립하거나 세계적인 금융전문대학원 분교를 유치하는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

■"금융중심지는 새로운 성장동력"

전 세계적으로 금융업은 과거 제조업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서 독립적인 산업으로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산 금융중심지가 지역의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선 부산시와 금융 당국의 특별 대책과 전환점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인호 부산금융도시시민연대 공동대표는 "해운과 조선, 금융산업이 상호연관성을 높이고 동반 성장해야 한다"며 "금융중심지 활성화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칭 '부산금융중심지 활성화대책협의체'를 설립해 금융관련 기관 유치 활동, 해외사업 설명회, 정책 수립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해양·파생특화 금융중심지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가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해양파생금융상품과 해운금융지수 개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예정대로 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필두로 시장 조성이 본격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부산금융중심지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과 홍보를 통한 부산의 국제적 인지도 향상 ▷정보통신기술과 관련 인프라의 지속적인 개선 ▷인적자원 개발과 혁신역량 강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 ▷각종 제도와 행정의 투명성 및 효율성 개선 ▷외국인 직접투자의 적극적인 유치 등을 통한 경제 개방 확대 등도 필요하다.


# 런던의 '뒤' 받치는 백오피스로 성장한 더블린 성공전략 참고할 만

아일랜드 더블린은 세계 최고의 금융중심지인 런던과 거리가 가깝다는 단점에도 펀드 등록, 전산센터, 리서치 센터 등 런던 금융중심지를 보완하는 백오피스 기능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채택해 비교적 짧은 기간에 국제금융센터로 성공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1987년 당시 저개발지역이었던 더블린 항구지역에 국제금융서비스센터(IFSC)를 설립하고 외국 금융기관 유치를 적극 지원했다. 특히 IFSC를 조세 우대 지역으로 지정해 입주하는 외국 금융기관에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제공했다.

아일랜드의 현재 법인세율은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12.5%로 국제금융센터 조성 및 경제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입지상의 장점을 활용해 IFSC 내에 운하를 건설함으로써 센터 내 근무 직원과 거주자들을 위한 독특한 생활환경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세계 금융기관들은 런던에서 반드시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 다양한 백오피스 기능들을 더블린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더블린은 백오피스 기능과 같은 단순한 금융서비스로 출발해 자산운용, 펀드관리, 자산보관서비스 등 점차 기능을 확대시켜 나갔다. 한국은행 부산본부 관계자는 "부산 금융의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아일랜드 더블린 국제금융센터를 벤치마킹해 수도권 금융허브를 지원하는 백오피스 중심 허브로 자리잡는 전략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산업개발청을 설치, 외국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각종 행정지원을 제공한 점 또한 성장 비결로 꼽힌다. 이 밖에 성장 배경으로 ▷유럽과 미국을 잇는 지정학적 장점 ▷EU 시장에 대한 우수한 접근성 ▷기업 친화적인 일관된 경제정책 ▷고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투자유치 역량 집중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와 높은 수준의 통신 인프라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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