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대표적 관광지로 꼽히는 머라이언 파크에서 바라본 금융중심지가 웅장하다. 정홍주 기자

# 싱가포르 선진 금융시스템

- 펀드규모 스위스 절반, 성장속도 앞질러
- 세실스트리트 세계 굴지 금융기관 몰려
- 외국기관 차별 없고 자본 이동 자유로워

- 쇼핑·관광과 접목 마이스 도시 우뚝
- 금융 인재 거주 돕는 인프라 구축 주력

지난해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이르면 2015년 싱가포르가 자산운용 시장에서 스위스를 추월해 세계 1위 금융허브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을 해 주목을 받았다. 싱가포르에서 운용되는 펀드규모는 2012년 기준 1조2900억 달러로, 스위스 2조9000억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 운영하는 펀드 자산의 70% 정도가 고성장 지역인 아시아에서 운영되고 있어 성장 속도는 스위스를 압도한다. 상속세 전액 면제 등 풍부한 세제 혜택, 우수한 금융 인재 유입 등이 고성장의 이유다.

■선진 금융시스템으로 금융허브 부상

아시아 금융허브로 불리는 싱가포르. 그 안에서도 금융중심가인 세실스트리트는 세계 금융권의 축소판이다. 스탠다드차타드, 도이치뱅크, 바클레이즈, 메이뱅크 등 세계 굴지의 금융기관들이 이곳에 아시아 본사를 두고 있거나 주요 거점으로 삼고 있다. 또 싱가포르에 진출한 전 세계 100여 개의 상업은행과 종합금융사, 증권사가 주변에 모여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세금 규제 신용정책 등에서 사업하기 좋은 나라로 꼽히고 있어 전 세계 주요 기업의 지점도 이 거리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싱가포르가 아시아 금융허브를 넘어 세계적 금융허브를 꿈꿀 수 있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금융 전문가들은 ▷효율적인 정책 ▷높은 대외개방도 및 낮은 규제비용 ▷선진화된 금융시스템 구축 등 금융기관에 유리한 업무환경 등을 이유로 꼽는다. 특히 인·허가 등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해 시장 자율성을 높이고 동시에 외국 금융기관에 대한 차별 억제 및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내국 금융기관과 같은 업무환경을 조성했다.

또 우수한 금융시스템을 갖춘데다 외환과 자본의 국제적 이동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는 것도 장점이다. 자국통화와 미 달러화의 동시결제 등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외환결제시스템과 증권결제시스템 등 선진 결제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싱가포르가 국제 금융허브로 발전하는 데 또 하나의 중추역할을 한 곳이 바로 싱가포르거래소(SGX)"라며 "시장 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제도와 파생상품 개혁으로 아시아 투자자의 자본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관광·금융 중심지로 '우뚝'

싱가포르는 금융 및 무역의 중심지라는 도시 이미지를 마이스(MICE·회의, 포상관광, 국제회의 및 전시회 등 비즈니스 관광 산업)에 접목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쇼핑 천국으로 불리는 오차드 로드를 비롯해 밤이 낮보다 아름답다는 클락키와 보트키가 여행객을 유혹하고 있다. 야밤에 진행하는 크루즈와 보트투어는 싱가포르만의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이런 매력적인 관광도시인 싱가포르는 2010년 '마리나베이샌즈'와 '센토사리조트월드'라는 비즈니스·레저·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복합리조트(IR)가 들어서면서 일대 혁명을 겪는다. 인도네시아 중국 말레이시아 호주 인도 등 인근 5개 국가에서 싱가포르를 찾는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관광수입이 많이 늘어난 것. 2012년엔 GDP(국내총생산) 3052억 싱가포르달러의 7.5%를 관광수입이 차지했다. 또 침체하던 경제성장률이 반등했고 싱가포르 전체 노동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약 3만5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고용 효과를 거뒀다.

이 밖에 싱가포르는 금융 인재를 붙잡을 수 있도록 치안 의료 교육 환경 등 생활과 밀착된 인프라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의료 분야의 경우 바이오산업과 의료 서비스 산업을 연계한 아시아 최고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힘을 쏟았다. 교육 분야에서는 2002년부터 세계 교육의 중심으로 육성하기 위한 '글로벌 스쿨하우스' 전략을 세워 추진 중이다. 현재 싱가포르에는 유럽 최고의 경영대학원인 프랑스 인시아드를 비롯해 미국 시카고대 등 6개 대학의 분교가 있고, 존스홉킨스대, MIT 등 8개 대학의 공동학위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 홍콩, 자본 유치 과감한 인센티브

- 조세항목 줄이고 세율 낮추는 획기적 제도 개선

- 국내 거래 소득만 과세… 고정환율 채택
- 인구 750만 명에 금융 종사자 17만 명
- 외국인이 살기 좋은 생활환경도 비결

	홍콩섬 금융가 전경. 국제신문 DB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의 대표적 국제 금융중심지로 자리 잡은 홍콩 역시 외국 금융기관 및 투자자본, 세계 금융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랜드마크인 국제금융센터(IFC), 홍콩증권거래소, 세계 유수의 금융회사들이 포진해 있는 홍콩 금융 중심가 센트럴에는 2000여 개의 다국적 금융회사가 자웅을 겨룬다. 일대 금융회사나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인원만 해도 17만 명이다. 서울 면적의 1.8배, 750만 인구가 사는 도시에 존재하는 금융회사 수로 믿기 어려울 만큼 많은 수다.

홍콩 정부는 1960년대 말부터 금융중심지가 되기 위한 다각적인 전략을 마련했는데, 무엇보다 금융투자를 저해하는 조세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을 불러모으기 위한 조치였다. 단순한 조세항목, 낮은 세율(법인 16.5%, 기타 15%)로 투자자들의 수익률 제고에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국내 거래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한다는 원칙에 충실해 역외금융이나 중개업무만 영위하는 금융기관에는 매우 유리한 구조다. 미 달러화와 연계된 고정환율제(미화 1달러 당 7.75~7.85 홍콩 달러)를 채택해 환율이 안정적이고, 외환거래에 대한 규제가 없어 투자자들의 신뢰를 사고 있다.

외국인이 생활하기에 편리한 환경을 조성한 것 또한 성장 비결로 꼽힌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기 때문에 영어구사능력이 뛰어나고 높은 교육수준을 자랑한다. 친기업적인 비즈니스 환경구축 이외에도 도로, 항만, 공항, 치안, 주거 및 교육시설 등 각종 도시 인프라를 정비하고 인프라 접근성도 개선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금융업 종사자 자녀들의 교육을 위한 다양한 외국인학교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