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밝았다. 많은 사람이 새 달력을 걸거나 해돋이 명소를 찾아 장엄한 일출을 보면서 희망의 나래를 펼친다. 해가 바뀐 이즈음, 각기 다른 꿈을 품고 사는 부산시민이 함께 바라는 바는 무엇일까? 두말할 나위 없이 부산이 더 살기 좋고 풍요로웠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책이 있고 이를 아우르는 정치가 시민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정치 덕택에 조성된 문현금융단지에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가 이제 최고층인 63층까지 골조공사를 마치고 내부를 장식 중이다. 올 하반기 BIFC에는 금융 공공기관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한국은행 부산본부도 일찌감치 금융단지 내에 둥지를 틀었다. 이처럼 하반기에는 문현금융단지가 서울 여의도에 버금가는 금융중심지로서의 외양을 갖추게 될 것이다.

세계 유수 금융중심지의 경우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도시의 형성과 함께 자연스럽게 금융거래가 이뤄지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기관이 모여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이렇게 되는 데 걸린 시간은 길게는 몇백 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부산처럼 단지를 조성한 뒤 금융기관을 불러들이는 것은 어렵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선후가 다소 바뀌었더라도 부산 특유의 역동성이 뒷받침되면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부산시를 비롯한 여러 경제주체의 노력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2009년 1월 정부가 부산을 선박 및 파생 특화 금융중심지로 지정한 후 부산시는 각종 세제지원과 해외기업설명회(IR), 콘퍼런스 개최 등을 통해 세계 금융기관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은행 부산본부도 해외사례 연구, 국제 금융 콘퍼런스 개최, 세미나 참가 및 발표 등을 해왔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 런던 등 전통적인 금융중심지 이외에 뒤늦게 부상한 더블린 두바이 상하이 등과 같은 해외 금융중심지의 사례를 보면 중앙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배려가 있었기에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부산 금융중심지 조성에도 정부 차원의 파격적인 조세혜택, 규제 완화, 행정절차 간소화, 금융인력 양성기관 설립 등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정부 차원의 세제혜택은 가장 우선 추진하여야 할 지원 방안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부산이 금융중심지가 되는 길은 분명 아주 먼 길이다. 그래서 모두 함께 가야 한다. 중앙정부를 포함해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문현금융단지가 완성되는 2014년은 명실공히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은행 부산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