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금융 공공기관 4곳이 입주할 예정인 부산 문현금융단지 내 부산국제금융센터(가운데)의 자태가 웅장하다. 국제신문DB

부산 문현금융단지에 국내 대표적 금융기관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본격적인 '부산 금융중심지 시대'가 열리고 있다. 부산의 금융산업을 이끌어갈 관련 공공기관이 둥지를 틀기 시작한 데다 부산의 금융 랜드마크인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의 완공이 올 6월로 다가오면서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 캠코 한국자산관리공사

- 국가자산 종합관리업무 수행
- 13개 이전기관의 간사역할도
- 620명 올해 하반기 업무 시작

# KSD 한국예탁결제원

- 대량 증권거래 결제 뒷받침
- 3000조 이상 유가증권 예탁
- 부산 이동인원 220명 달할 듯

# 대한주택보증

- 분양계약자 안전입주 보장
- 주거복지 향상 목표 공기업
- 본사 인원 286명 전체 이전

# HF 한국주택금융공사

- 장기 대출 '보금자리론' 제공
- 주택연금 지급 업무도 맡아
- 필수인력 제외 283명 부산행

■부산에 둥지 튼 금융 공공기관은

문현금융단지 부지는 11만여㎡로 부산국제금융센터의 메인빌딩(63층) 외 3층 판매시설 1개 동, 부산은행, 기술신용보증기금, 농협 부산본부 등 10여 개 빌딩이 들어선다. 센터가 완공되는 올 6월 입주가 확정된 금융관련 공공기관은 총 4곳.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한국예탁결제원, 대한주택보증, 주택금융공사 등이다. 기술보증기금과 한국은행은 이미 이곳에 별도 사옥을 완공해 입주했으며 부산은행은 본점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다.

부산 이전 최대 공공기관인 캠코는 본사 이전 인원 620명이 올 하반기부터 신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캠코는 1962년 창설돼 5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상시 구조조정기구로서 국가자산 종합관리기관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규모로 늘어난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정리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조기 안정에 이바지했다. 또 신용회복기금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 금융위기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금융소외자의 자활지원과 서민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해왔다. 특히 올해는 박근혜 정부의 주요 경제분야 공약이었던 국민행복기금 운영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국민행복기금은 지난해 10월 말 최종 신청자가 24만여 명에 달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들 신청자 가운데 21만4000명에 대한 지원을 확정했다. 여기에 국민행복기금이 연체 채권을 일괄 매입한 채무자 94만 명에 대해서도 채무조정이 시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환의지가 있는 다수의 연체자가 재기의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캠코는 올해 부산 문현금융단지로 이전하는 13개 공공 기관의 간사기관이기도 하다. 그동안 캠코는 성공적 본사 이전을 위해 부산시, 부산대, 부산상공회의소, 부산은행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 캠코를 중심으로 13개 이전 기관이 부산시장과 부산은행장을 포함한 부산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장협의체를 발족하고, 지역 정서 융합을 위해 공동사회봉사단을 발족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국·공유재산 관리 및 개발, 체납 조세정리, 전자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 관리 운용 등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400명의 인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220명이 부산으로 오게 된다. 예탁결제원은 국내 유일의 중앙예탁결제기관으로 3000조 원 이상의 유가증권을 집중 예탁받고, 매매거래 결제서비스도 시행하는 등 증권 발행 및 유통시장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1974년 증권시장의 안정적인 예탁결제업무를 위한 한국증권대체결제주식회사로 출발해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과 함께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대량으로 이뤄지는 증권거래의 결제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증권예탁결제 시스템이라는 기간구조가 반드시 필요하기에 인프라 측면에서 증권의 발행과 유통 및 금융거래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증권예탁업무와 결제 업무 외에도 자산운용사업지원, 파생상품시장지원, 국가 간 예탁결제, 자본시장 인프라 선진화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예탁결제원의 이 같은 역할은 국내외 증권거래 인프라를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것으로 부산 금융중심지에 상징적인 의미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한주택보증은 본사 인원 전체 286명이 부산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대한주택보증은 분양계약자들의 안전한 입주를 보장하고 주택건설업체에 대한 각종 지원을 바탕으로 '국민 주거복지 향상'이라는 정부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설립된 주택보증 전문 공기업이다.

1993년 설립 이후 분양계약자의 재산권 보호와 주택사업자의 사업지원을 위해 다양한 금융보증상품을 운용하며 주택사업자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왔다. 특히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주택업체의 연쇄도산으로 주택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을 때 수십만 분양계약자의 재산권을 안전하게 보호했다. 주택분양보증과 주택사업금융(PF) 보증 외에도 임대보증금보증, 채권 회수, 부동산정보 및 금융서비스 제공을 수행한다. 대한주택보증은 부산은행과 '부산혁신도시 이전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BIFC가 완공되면 수도권의 필수적인 인력을 제외한 283명의 직원이 부산으로 내려오게 된다. 주택금융 등의 안정적·장기적 공급을 촉진해 국민의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2004년 출범했다. 월세 사는 사람은 전세로, 전세 사는 사람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를 위해 공사는 내 집을 마련하려는 서민을 위해 장기 고정금리 내집마련대출인 '보금자리론'을 제공하고 있다. 60세 이상의 어르신들께 매달 월급처럼 평생 안정적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주택연금 업무도 하고 있다. 금융위기 등 시장 상황에 민감한 단기 변동금리 일시상환 위주의 국내 내 집 마련 대출 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적격대출'도 출시했다.

■금융 공공기관의 향후 과제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BIFC의 완공과 공공기관 이전 등 외형적인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진 만큼 이제는 정부와 부산으로 이전하는 금융 공공기관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이전 금융기관들의 핵심기능이 부산으로 이전돼야 한다. 시장운용 등 핵심기능의 부산이전과 서울 잔류기능을 최소화해야 공공기관 이전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다. 또한, 이전 공공기관의 주요 기능이 부산 금융중심지 발전에 연계될 수 있도록 지역 파급효과 극대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박인호 부산금융도시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이전 기관들의 명실상부한 본사기능 확충을 위해선 부산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순이익 중 일정비율을 부산 발전에 투입하는 방안 등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부산시는 문현금융단지가 서울과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됨에 따라 각종 인프라를 확충해 서울의 일반금융단지와 구별되는 선물 등 파생금융 상품 중심지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파생금융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금융중심지 조성을 견인할 금융 전문인력이 부산에는 거의 없다는 게 최대 약점이다. 부산에 상주한 대부분 금융인력은 영업 쪽에만 치우쳐 있고, 기획·연구 등을 담당할 인력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 때문에 금융단지 내에 특화금융 전문교육기관과 세계적인 금융전문 대학원 분교를 유치하기 위해 이전 기관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밖에도 ▷일자리 창출 ▷사회공헌활동 ▷지역융화사업 공동 추진 ▷협력업체 부산 유치 등도 이전 기관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에 대해 캠코 관계자는 "캠코가 부산혁신도시 이전 기관의 대표 간사기관으로 부산으로의 조기 정착과 순조로운 이전 준비에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전 공공기관들과 협력해 부산발전을 위한 공동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