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부산이 파생상품·선박금융 특화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지 5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그동안 부산시와 부산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노력한 결과, 이제 '부산 금융중심지'가 조금씩 가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부산 금융중심지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아 보인다. 은행·증권·선물사 등 민간 금융기관 및 외국계 금융기관의 부산유치는 물론, 특화된 선박 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국제적 위상 회복이다.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주식시장의 가격 변동성 축소와 정부 규제의 영향으로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그 결과 2011년까지 거래량 기준 세계 1위를 유지하던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이 2012년에는 5위를 기록했고, 지난해 상반기 11위로 떨어졌다.

파생상품시장의 위축은 파생과 선박금융을 양대 축으로 하는 '부산 금융중심지' 추진 계획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이 세계의 변두리 시장으로 전락한다면 '동북아 파생금융 허브' 전략도 한낱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자본시장 역동성 제고 방안'에는 파생상품시장 활성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추진해왔던 파생상품시장 활성화 노력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파생상품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한국거래소는 2014년 중에 코스피200 변동성지수선물, 장기국채선물, 섹터지수선물 등 신상품을 상장할 예정이다. 또한, 거래부진 상품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및 마케팅을 강화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금·석유·탄소배출권 등 일반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시장을 개설해 현·선물 동반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거래소와 부산시는 세계옵션시장협회(IOMA) 총회, 세계청산결제기구(CCP12) 총회 및 국제파생상품협회(FIA) 아시아 콘퍼런스를 부산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제 많은 세계인이 시카고하면 시카고상업거래소(CME)를 떠올리듯 부산하면 한국거래소(KRX) 파생상품시장을 떠올리게 되었다. 2014년은 '부산 금융중심지' 육성의 내실을 다지는 해가 되어야 한다. 한국거래소와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보아 침체된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재도약하기를 기대한다.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