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료주차에 쿠폰 5장 요구
- 1만원 이상 구매시 쿠폰 1장
- 고객에 물품구입 강요한 셈
- 전통시장 활성화 취지 역행
부산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부전마켓타운이 고객에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공영주차장의 역할을 외면한 채 수익 추구에만 급급해 고객들의 원성을 사는 것은 물론 전통시장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17일 부산시와 부전마켓타운에 따르면 시는 시장을 찾는 고객들의 접근 편의성 제고를 위해 지난해 5월 부전마켓타운 상인회에 185면 규모의 공영주차장 운영권을 맡겼다. 시는 부전마켓타운 상인회와 위탁계약을 맺으면서 구매금액에 관계없이 고객에게 주차권을 대신할 수 있는 공동쿠폰 1장을 주도록 했다. 이 쿠폰을 지닌 고객은 최초 30분은 무료주차, 이후 추가 30분까지는 주차비의 50%를 감면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부전마켓타운 상인회는 이 같은 시의 지침과 달리 최초 30분 무료주차를 위해 고객들에게 5장의 쿠폰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부전마켓타운 상인 상당수는 1만 원 이상을 구매한 고객에게만 쿠폰 1장을 주고 있다. 최초 30분간 주차비를 감면받기 위해서는 점포 다섯 곳에서 각각 1만 원 이상의 물건을 사야 하는 셈이다. 고객들은 사실상 주차비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부전마켓타운 공영주차장은 1급지를 적용받아 주차요금이 10분에 500원이다.
주차장에서 만난 한 주부는 "전통시장에서 구입하는 물건이 소량(소액)인데, 30분 주차비를 안 내려고 쿠폰을 5장이나 모아야 하는 게 말이 되느냐 "며 "방금도 콩나물 5000원어치를 사고 쿠폰을 달라고 했더니 안 준다는 걸 사정사정해서 겨우 받아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이모(48) 씨는 "주차비 감면에 필요한 쿠폰 5장을 모으라면서 사실상 물건 구입을 강요하고 있다"며 "애써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을 쫓는 격"이라고 말했다.
시가 전통시장 공영주차장 운영을 위탁한 자유시장 반송시장 등 다른 5개 전통시장(모두 329면) 상인회 측은 시의 공영주차장 운영 지침대로 쿠폰 1장만 가져오면 최초 30분은 무료주차, 이후 추가 30분은 주차비의 50%를 감면해주고 있다. 구매금액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시는 부전마켓타운 공영주차장의 민간 경쟁입찰가인 6억~7억 원의 3분의 1 정도인 2억3000만 원에 상인회에 운영을 위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인회 측이 공영주차장 무료 이용에 대한 지침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사실상 고객들에게 물품 구입을 강요하고 전통시장 활성화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전마켓타운 상인회 관계자는 "운영 방침에 대해 시에 보고했기 때문에 다른 시장과 운영 형태가 다르다고 해서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민 편의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세수 감소까지 감수하며 어려운 결단을 내렸는데 상인회에서 운영지침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공영주차장 운영 개선방안을 즉시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