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강공장 이전 민원도 해소
- 태웅 측 태도가 분수령될 듯

대형 제강공장과의 갈등으로 건립이 중단된 부산 화전산단 내 공동주택 사업이 임대 아파트를 세우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는 지역 주민과 상업용지 분양자, 제강공장 등 모두가 이전 조건보다는 만족할 만한 제안이어서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5일 강서구 화전산단 주변 주민들과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최근 화전산단 주변 사암마을 등 주민들이 화전산단 내 S4 공동주택(5만4179㎡) 용지에 임대 아파트 건립을 도시공사에 요청했다. 산단이 조성되면서 이 지역에서 쫓겨난 주민들이 외지에서 정착에 실패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고향에 안착할 수 있는 저렴한 임대 아파트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암마을 주민대책위 대표 박현준 씨는 "녹명초등학교와 녹산중학교를 살리려면 인구 유입이 필요하다. 도시공사가 임대 아파트 건립에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시공사는 주민들의 요구가 검토할 만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장기간 공동주택 용지가 방치되면서 주변이 슬럼화하기 때문에 임대 아파트를 개발하는 것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안이다. 다만 태웅 측이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도시공사가 이 땅에 임대 아파트를 건립하면 최고 20층까지 올릴 수 있어 최대 1800가구를 입주시킬 수 있다.

다음 달 제강공장 기공식을 앞둔 태웅도 고려할 만한 카드다. 어차피 S4용지는 공동주택이 아니면 개발하기 힘든 곳이다. 원래 경보건설이 추진하던 아파트는 분양 아파트였다. 분양 아파트는 개별 소유주가 있어 제강공장을 이전하라는 민원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임대 아파트의 주인은 도시공사다. 부산시 산하 공기업이 부산을 대표하는 기업을 외지로 내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상업용지(3만8000㎡)를 분양 받은 투자자들에게도 좋은 소식이다. 이들이 그동안 상가 개발에 나서지 못한 것은 상가의 주 수입원인 공동주택 건립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상업용지 분양을 받은 50명은 최근 도시공사를 상대로 부산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화전상가 연합회 한영석 회장은 "도시공사가 아파트 건립을 하지 못해 20억 원 이상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화전산단 S4용지는 지난해 경보건설이 140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 건립을 추진했으나 민원을 우려한 태웅의 반대로 건축허가가 무산됐다. 이후에는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방치됐다. 상인과 주민들은 태웅의 반대로 공동주택 건립이 무산됐다며 태웅과 도시공사를 상대로 집회와 소송을 제기하며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