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제 통장 계좌 바꿔치기 해

- 물품 금액 중간에서 가로채

- 외국서 범행, 검거도 어려워

중소기업 이메일을 해킹해 수출대금을 가로채는 해외 해커 금융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보안시스템이 취약한 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해외에서 해커들이 공격하면서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코트라 동남권지원단은 부산 울산 경남지역 수출기업들이 잇따라 이메일 피싱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실태 파악에 착수했다고 17일 밝혔다. 해외에 기지를 두고 중소기업 이메일을 해킹해 수출대금을 가로채려는 외국인 추정 해커들의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실제로 피해가 발생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부산 사상구 기자재업체인 A사와 거래하는 영국 바이어 B사는 지난 8월 A사와 수출대금과 관련해 수차례 메일을 주고받았다. 결제 시점이 될 무렵 B사는 결제계좌가 바뀌었다는 메일을 받았고 바뀐 계좌로 송금해줬다. A사는 결제 만료일이 돼도 입금되지 않자 B사에 확인한 결과 이메일이 해킹당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범인들은 A사 이메일을 해킹해 거래내역을 파악한 후 수출대금을 자기들이 개설한 통장계좌로 송금하도록 가짜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A사와 거래하는 해외바이어 C, D사도 가짜 이메일 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A사는 이들 3개 해외업체와의 거래대금 10만 달러를 허공에 날리게 됐다. A사 관계자는 "경찰에서 IP(컴퓨터 고유 주소)를 추적한 결과 일단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조사됐다"며 "인터폴을 통한 공조수사를 하더라도 범인을 검거하기가 쉽지 않아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다"고 밝혔다.

창원의 M사도 이메일을 해킹당해 수출업체 2곳으로부터 받을 수출대금 10만 달러를 날렸다. M사와 거래하는 해외업체들도 해커들이 알려준 해외계좌로 송금했다. 이들 업체는 M사 이메일 양식과 같았고 포워드(전달) 기능 등도 동일해 속을 수밖에 없었다며 재결제를 거부했다.

밸브류를 생산, 수출하는 창원의 S사도 수십만 달러 상당의 이메일 해킹 피해를 봤다. 

코트라 동남권지원단은 외국인 추정 해커들이 보안 시스템이 취약한 지역 중소형 수출업체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중소업체 대부분이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이메일 서비스를 이용하고, 비밀번호는 거의 바꾸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코트라 동남권지원단 전병제 단장은 "확인된 3곳 외 추가 피해 업체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업들의 사이버 보안강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중소기업은 이메일 비밀번호를 자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