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정보통신(IT) 기기를 활용해 원거리 환자의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원격진료' 서비스가 이르면 오는 2015년 처음으로 시행된다. 만성질환 환자를 상시관리하고 노인 등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취지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지역 주민이나 환자를 위해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29일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을 보면 원격진료 허용범위는 ▷의학적 위험이 크지 않지만 상시적 질병관리가 필요한 환자 ▷의료 접근성이 개선될 필요가 있는 경우로 한정됐다. 혈압·혈당 수치가 안정적인 고혈압·당뇨 환자나 노인·장애인 등 거동이 어려운 환자, 도서·벽지 주민 등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환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수술 후 퇴원했으나 집에서도 추적관찰이 필요한 환자 역시 원격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군·교도소 등 특수지역 거주자, 병·의원 방문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가정폭력 및 성폭력 피해자 등에게도 허용된다. 복지부는 원격진료가 허용되는 의료기관 종류를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급으로 한정했다. 이는 원격의료 도입으로 대형병원에 더욱 많은 환자가 몰리는 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만성질환 관리와 의료 취약지 등에서 원격의료가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받는 상황을 감안한 조처다. 현행법상 원격진료는 의료진들 사이에서만 의료지식이나 기술 자문에 한해 가능하다. 하지만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에게 의사가 원격진료로 진단·처방 등 건강상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사와 환자 간 장벽을 허물어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국민건강 향상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1차 의료기관은 지리적 접근성에 기반해 생존을 유지하고 있다"며 "원격진료가 허용돼 온라인으로 진료하면 1차 의료기관의 존립기반이 붕괴돼 동네의원과 동네약국이 사라질 것"이라고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복지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법률 개정안을 확정하고 이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1월 초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복지부가 '국회 통과 이후 1년 뒤'를 시행시기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이 내년 6월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2015년 7월 이후에나 첫 원격진료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