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울산 경주지역 반핵단체 회원들이 18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정문 앞에서 신고리원전 3·4호기 제어케이블 성능시험 실패와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신고리 3·4호기 제어케이블 교체와 주요기기·부품에 대한 안전성 검증,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한전과 경찰 철수 등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 작업시한 2015년까지 연장
- 완료한 10건 당초 시한 넘겨

- "재연장 염두에 두고 늦춰"
- 반원전 단체들 의혹 제기

당초의 설계수명이 만료된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해 2007년 10년간 계속운전을 결정할 때 한국수력원자력이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했던 '안전성 증진 이행계획서' 항목 28개 중 6개 항목이 지금까지도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고리 1호기의 재연장 문제가 심각한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한수원의 약속 위반과 이에 따른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경우 큰 파문이 예상된다.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새누리당 이진복(부산 동래구) 의원이 최근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2008년 ▷원자로헤드 교체 등 14건의 설비 개선 ▷안전등급 열교환기 관리방안 수립 등 9건의 운영 개선 ▷가압기 밀림판 열성층평가 등 5건의 안전평가를 포함한 28개 항목에 대한 이행계획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가압기 안전밸브 설정치 허용범위 증대(당초 계획 2008년 12월) ▷지하수의 수문확산 특성 평가결과 제출(2008년 12월) ▷사용 후 연료저장조 냉각계통 열교환기 이중화(2011년 3월) ▷공조기기실 방화벽 설치 및 주제어실 방화벽 내화성능 개선(2011년 3월) ▷핵연료건물 방화벽 내화성능 개선(2011년 3월) ▷가상배관파단사고 해석관련 후속조치(2013년 7월) 등 6개 항목은 현재까지도 이행하지 못했다.

이에 한수원 측은 이들 항목의 시한을 다시 내년~2015년까지로 연장했다. 2017년 6월까지가 재가동 만료시점임을 감안하면 불과 2~3년을 남기고 조치를 완료하겠다는 뜻이다.

완료한 22개 중 10건도 당초 시한을 크게 넘겨 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 측은 조치 이행이 늦어진 데 대해 "설계변경 등 기술적인 문제와 계약 유찰, 공급자 납기 연장 등으로 공정이 늦어졌다. 늦어진 항목에 대해서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사유를 제출해 승인을 받았으며 이행조치가 늦어져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안전성 이행조치가 당시 수명연장 승인의 조건은 아니었으며 한수원 측의 자발적인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전과 직결되지 않는데 수천억 원을 들여 부품을 교체하고 설비를 개선할 리는 만무하며 당시 교과부가 한수원이 제출한 계획을 검토한 뒤 구체적인 사항을 지적하며 보완을 지시하기도 한 만큼 어느 정도 의무성(강제성)이 수반된 조치였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고리원전 측은 그동안 이 계획에 따라 원자로헤드, 비상디젤발전기 등 핵심설비를 교체함으로써 뛰어난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해 온 상황에서 미이행된 항목들에 대해서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반원전 단체들은 고리 1호기의 잔여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재연장을 염두에 두고 이행조치들을 최대한 늦추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 정수희 사무국장은 "안전성 증진을 위한 이행조치를 완료하지 않고도 안전성엔 문제가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믿을 수 없다"면서 "한수원의 약속 불이행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