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경남 밀양 765㎸ 송전탑 건설공사 지속 방침을 재천명했다. 또 반대 측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사회적 공론화 기구 구성에도 부정적인 뜻을 분명히 했다. 조 사장의 이런 발언은 신고리원전 3·4호기의 케이블 성능시험 실패로 밀양 송전탑 조기 건설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향후 큰 반발이 예상된다.

조 사장은 18일 밀양을 방문, "밀양 송전탑 52기 건설을 완료하려면 1년가량 걸리기 때문에 공사기간이 빠듯한 상황"이라며 "주민의 공사 저지, 자재와 인력수급, 기상조건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할 때 계획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해 공사중단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수력원자력이 성능시험에서 문제가 된 제어케이블을 미국에서 납품받으면 1년 내 마무리가 가능해 이에 맞춰 밀양 송전탑을 건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사를 일시중단한 뒤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구성, 이 문제를 재논의하자는 송전탑 반대 대책위의 주장에 대해서는 "국가의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공사중단은 있을 수 없으며, 그동안 충분하게 많은 논의를 거쳤다고 생각한다"고 거부의사를 밝혔다.

대책위와 반대 주민들은 조 사장의 이 같은 언급은 정부가 송전탑 건설과 관련해 밀어붙이기 정책을 계속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성토했다.

대책위 등은 18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명분이 사라진 밀양 송전탑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주민을 고통에 빠뜨리고 공권력을 낭비하게 한 국무총리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 경찰청의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중단과 사회적 공론화 기구 구성 등을 촉구했다.

밀양지역 송전탑 반대 주민 대표단은 오는 21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촛불집회를 연 뒤 국회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을 방문해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