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3·4호기용 제어케이블이 성능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밀양 765㎸ 송전선로 건설 공사 강행의 명분도 힘을 잃게 됐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6일 기자 회견을 열고 "어차피 밀양 송전탑이 필요한 만큼 원전 준공 연기를 이유로 공사를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2일 밀양 송전선로 공사를 전격 재개했다. 전체 구간은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전에서 경남 창녕군 북경남 변전소까지 약 90㎞다. 송전탑은 161기 가운데 109기가 지어진 상태다. 하지만 밀양 송전탑이 신고리 3·4호기와 연계돼 있어 공사를 강행할 필요가 있는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관련 시민단체들은 신고리 3·4호기의 준공까지 최소 2년이 걸리고 최악의 경우 오는 2017년까지도 가동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밀양 송전탑 공사를 둘러싼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신고리원전 3·4호기용 제어케이블 불량 사실이 드러났다. 공사 강행으로 인한 희생 등 불상사를 막기 위해 잠정적으로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 설득 등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고리 3·4호기의 준공까지 최소 1년 이상 더 걸린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내년 전력난 예방을 명분으로 강행된 밀양 송전탑 공사에 새로운 중대 변수가 등장한 셈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번 신고리 원전 3·4호기 제어케이블 불량 사태로 밀양 송전탑 공사를 바라보는 국민여론도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내세운 내년 전력난 예방이라는 밀양 송전탑 공사 명분이 퇴색해버렸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송전탑 공사는 무리한 공사 강행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공사 강행의 명분을 잃었다. 송전탑 공사 반대 여론이 들불처럼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당장 공사를 중단하고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에너지정의행동도 "정부는 이제 송전탑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지역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회적 공론화 기구 구성 등 지금이라도 새로운 해법을 찾기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