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동 회센터가 횟감을 구입하려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사능 오염 수산물 공포가 확산되면서 횟집과 일식집들이 매출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거제시장·연산동 일대 가게
- 손님 끊겨 직원 내보낼 판
- 연말까지 사태 장기화 땐
- 도미노식 폐업 배제 못해

일본 방사능 오염 수산물 공포의 후폭풍이 우리나라 '생선회의 메카'인 부산의 횟집과 일식집을 집어삼킬 태세다.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진 횟집과 일식집들은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불안심리 해소를 위해 읍소 작전까지 펼치고 있지만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고 있다. 3000여 곳의 부산지역 횟집과 540여 곳의 일식집의 도미노 폐업이 발생할 경우 지역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오후 8시께 횟집들이 밀집한 부산 연제구 거제시장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폭염이 물러가고 찬바람이 불면서 일 년 중 생선회 소비량이 최고치에 달하는 계절인 데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가 제철을 맞았지만 횟집 내 좌석은 군데군데 비어 있었다. 한 상인은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그런 것(방사능 공포) 신경 안 쓰고 회를 드시러 오는데 젊은 사람들은 발길을 딱 끊었다"고 말했다. 횟집 인근 고깃집에는 삼삼오오 모인 30, 40대들로 빈 자리가 없어 텅빈 횟집들과는 대조를 이뤘다.

'방사능 고위험 어종'으로 인식된 참치를 파는 횟집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연제구 연산동 일대 참치횟집들 상당수는 손님이 드문드문 앉아 있을 뿐이었다. 이날 밤 고급 횟집들이 많은 동래구 온천동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손님이 한창 많을 시간임에도 가게 안이 텅 빈 횟집들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생선회에 대한 시민들의 기피는 확연했다.

일부 횟집과 일식집은 매출 급감으로 직원들 월급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동래구의 J일식당은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 서빙하는 직원들을 내보내야 할 판이다. 급기야 일부 업소는 불안심리 해소를 위해 단골 고객들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상황은 호전될 기미가 없다. 수영구 H횟집은 단골고객 수백 명에게 '일본산 수산물은 절대 쓰지 않는다. 일본이 정말 싫다'는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호텔 일식당들도 일본산 수산물을 모두 국내산으로 전환하는 한편 방사능 검사기로 반입되는 수산물 식재료들을 검사하는 등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롯데호텔부산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국내산 수산물의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불안심리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식업계의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시각도 많다. 지난 1일 부산 앞바다에서 잡힌 숭어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연근해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연제구의 A일식집 대표는 "단체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 애를 먹고 있다"면서 "지금부터 연말까지 단체모임이 많은 성수기인데 정말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횟집과 일식집의 도미노식 폐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부산시지회에 따르면 부산지역에서 영업 중인 일식집은 모두 548개다. 횟집은 정확한 통계치가 잡히지는 않지만, 한 집 건너 횟집이 성업 중인 점을 고려하면 3000여 개의 크고 작은 횟집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일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류독감이나 구제역은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언제 수습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지금과 같은 수산물 기피가 계속될 경우 문을 닫는 횟집과 일식집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