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족관 살균기 업체도 타격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불거진 방사능 공포로 국내 수산물 소비가 격감하면서 '생선회의 메카' 부산이 흔들리고 있다. 지금까지 고등어 조기 갈치 명태 등 원양산 수산물의 소비 격감에 이어 이제 활어를 소비하는 일선 횟집과 일식집이 방사능 공포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2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최근 손님이 급감하면서 폐업을 하거나 업종을 전환하는 횟집이 속출하고 있다. 방사능 수산물 사태가 장기화할 전망이어서 수익악화를 견디지 못한 적잖은 횟집과 일식집들이 업종 변경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고 있다.

부산 동래구의 중산층 주택 밀집지역에서 20년 넘게 영업을 해왔던 G횟집은 지난 1일 단골들에게 폐업을 알리는 고별 문자메시지(사진)를 보냈다. G횟집 김모(66) 사장은 "지난 8월부터 손님이 급감하기 시작해 9월 들어 80% 이상 급감했다. 폐업만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매출이 80%가량 줄어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부산진구 서면지역에서 이름난 B횟집은 일주일 전 업종을 아예 변경했다. 광어와 우럭 등 활어회와 탕류를 팔던 이 횟집은 향어회와 메기탕, 어탕국수 등 민물고기 음식점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간판과 메뉴판도 바꿨다. 횟집 사장은 "올여름에 장사가 너무 안 돼 아예 민물고기 요리로 바꿨다"면서 "지난 15년간 횟집을 운영하면서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횟집이 밀집한 회센터 역시 매출 급감에 한숨을 몰아쉬고 있다.

정영호 다대씨파크 상인회장은 "제철 활어로 가장 인기 있는 전어를 지난해에는 물량이 없어 못 팔았는데 올해는 남아돈다"면서 "상인들 가운데 업종 전환이나 폐업을 생각 중이라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수십 년 횟집을 운영했는데 업종을 전환하기가 쉽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오는 20일에 어항축제가 예정돼 있는데 이런 상태로는 행사가 제대로 진행될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횟집 수족관 살균기 생산 및 판매업체 김모 대표는 "상반기에 잘 나가던 매출이 지난 8월 들어서면서 주문 물량까지 취소하는 횟집이 속출하고 판로까지 꽉 막혔다"면서 경영난에 시달리는 일선 횟집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부산 앞바다에서 잡은 숭어에서 인공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검출됐다는 보도마저 터져 나오면서 연근해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은 심화될 전망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부산시지회 관계자는 "횟집과 일식집에 종사하는 회원들의 경영난이 심각하다. 업종 전환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어서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버티고는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 무더기 폐업이나 업종 전환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