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건축, 제품, 패션은 번지 수가 다른 별개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과연 그럴까.
우리가 손으로 사용하는 제품, 눈으로 인식하는 시각물, 들어가서 활동하는 공간 등 디자인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안전하고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이고, 바로 환경이다.
겉은 번지르르하고 살기는 불편한 유리로 도배된 건축물, 볼 일도 없고 쓸 일도 없는 상징물, 무지개색으로 도배하는 아파트, 현란한 기법으로 장식한 PPT(파워포인트) 자료, 보기는 좋으나 여름이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거워지는 자동차 핸들 등 제품이든 건축이든 패션이든 디자인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그 본질은 바로 패션, 건축, 제품, 시각 등 디자인의 원조는 철저한 '사용자 중심'이라는 점이다. 흔히들 디자인 결과물을 작품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것은 디자인은 '작품'이 아니다. 작품은 예술이지, 디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품이라고 접근하는 순간부터 이미 그 대상은 개인의 조형 세계이거나 취향이 되며, 사용자를 배려하는 관점이 약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손 안에서 주로 사용하는 휴대전화, 우리가 들어가서 생활하는 건축물, 우리가 입고 활동하는 옷 등이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면은 다를 수 없으며 달라서도 안 된다.
항상 사람과 함께 하는 제품이나 공간이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존재 가치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물론 각 대상의 프로세스는 다를 수 있다. 사용자 개인에 의해 사용되거나 소비되는 옷을 디자인하는 패션디자인 프로세스와 다양한 사용자를 고려하는 100층 건물 디자인 프로세스는 다르다.
그러나 가장 다르고 차별화되는 점은 디자인의 중심에는 '사용자'가 있다는 것이다. 건축 및 패션, 제품 디자인 관계자는 이런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제품을 디자인하고 만든다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또 일반인들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제품이나 건축물을 고른다면 후회하는 일은 적을 것이다.
이경희 부산디자인센터 기획경영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