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담당인력 고작 1명
- 지자체에 감독권 부여 등
- 기재부, 대책담은 개정안 준비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후 1년도 안 돼 각종 문제가 현실화한 배경에는 기본법 자체의 한계와 당국의 관리·감독 부족, 일부 사업주체의 '막연한 기대심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협동조합 부실화'를 바라보는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1일 기획재정부와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설립 신고된 부산지역의 협동조합 수는 167개에 달했다. 협동조합 취지에 맞게 가장 많은 도소매업부터 국제교류사업, 주택단지 조성, 사회인야구 리그 운영 등 다양한 조합이 설립됐다. 하지만 이 중에는 설립 열기나 정부 지원에 편승해 성급하게 설립했다가 신고 이후 아예 사업을 포기하거나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식물 조합' 상태인 곳도 적지 않다. 지난 3월 설립신고를 했던 한 협동조합 관계자는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협동조합 운영이 까다롭고 복잡한 점이 많았다. 사업을 진행할 사람도 없어 조합원들과 상의해 아예 사업을 접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정부와 지자체의 교육 및 감독 미흡, 지자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 부족, 협동조합 수 대비 지자체의 담당 인력 부족 등이 꼽힌다. 실제로 신고제를 채택한 현행 협동조합 기본법상 '유명무실 조합'에 대한 제재 근거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시에서도 167개의 지역 협동조합을 담당하는 인력이 고작 1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여기에 일부 조합원들 역시 '협동조합만 만들면 정부 지원이 뒤따를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만연돼 있다는 지적이다.
협동조합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현행 기본법의 미비점을 보완해 이달 안으로 개정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는 기재부가 지난 5월부터 두 달간 입법예고한 '협동조합 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애초 7월 9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친 뒤 부처협의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협동조합 운영에 미칠 영향 등을 보다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개정안 제출 시기를 늦췄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협동조합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근본 취지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자발적 대안경제의 모델로 등장한 협동조합의 부실화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상황 인식도 한몫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협동조합 기본법은 조합원의 설립 자율화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효율적 관리체계를 갖출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될 전망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지자체에 일반 협동조합에 대한 감독권을 부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현재 지자체 감독권은 사회적 협동조합에 대해서만 이뤄지고 있다. 부산시가 지역 내 일반 협동조합의 정관 준수 여부 등을 검사한 뒤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시정 조치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밖에도 기재부는 ▷협동조합 경영공시 구체화 ▷타 법인의 협동조합 전환 허용 ▷협동조합의 정치적 중립 강화 등의 내용을 개정안에 담아 자율권 보장과 감독 강화를 동시에 추진할 예정이다.
부산시를 포함한 지역사회에서도 '협동조합 부실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설립·운영상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미 시는 이달부터 3개월 동안 협동조합 전수조사에 들어가기로 했으며 대학과 연구소 등 외부기관과 함께 조합원들에 대한 교육 시스템도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