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금이나 지원책 만을 노리고 협동조합을 설립한 곳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협동조합 중에서는 알찬 사전 준비와 추진력으로, 작지만 성과를 내는 곳도 있다. 지난 5월 설립신고를 한 '129 35 패션디자인 협동조합(이하 패션디자인 협동조합)'은 지역대학 패션학과 출신의 청년 디자이너 6명이 뜻을 모아 지난달 초 부산 중구 중앙동에 공동매장을 오픈했다. 129 35는 부산의 경도와 위도를 숫자로 표현한 것으로, 부산을 의미한다.
패션디자인 협동조합의 이사장과 조합원들은 대학생 때부터 길거리 패션쇼, 온라인 패션쇼핑몰 운영, 잡지 발간 등 유사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 조합의 조하나(여·28·사진) 이사장은 "지역대학 내 패션디자인학과가 서울보다 많지만 취직할 회사도 마땅찮고, 사업할 여건도 되지 않았다"며 "4년 전인 2009년, 3, 4학년인 패션디자인학과 학생들 수십 명이 모여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사업도 운영했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그때부터 패션디자인학과 졸업생들을 위해 협동조합과 비슷한 개념으로 공동사업을 구상해 준비하고 있던 중 관련 법이 시행되면서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합 설립에 필요한 출자금은 조합원들이 그동안 모아놓았던 돈과 대출금 등으로 마련했다.
나름대로 수년간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설립부터 운영까지 녹록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조 이사장은 "마련해야 할 서류나 절차도 복잡하고 까다로워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조 이사장은 "우리는 오래 전부터 함께 뜻을 맞춰 일을 해오고 신뢰가 쌓인 터라 그나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만큼 진행할 수 있었다"며 "이사장이나 소수 몇몇의 추진 만으로 이뤄낼 수 없는 것 같다"고 조합원의 단결과 신뢰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이어 "협동조합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해외박람회 참가나 해외수출 알선 등 판로 개척에 보다 많은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