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코스피)가 2000포인트 수준에서 또다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앞서 글로벌 경제 회복과 미 연준의 온건한 양적 완화 축소를 예상하며 본격적인 실적 장세 진입과 3년여간 갇혀 있던 박스권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던 찰나에 다시 답보상태로 돌아온 것이다.

이는 최근 두 달 동안 10조 원을 매수한 외국인 매수 주체가 소강상태에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미국 경제 향방과 관련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앞으로 박스권 상단 돌파 여부는 미국 경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월 이후 상승장에서 국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주도업종은 조선, 화학, 건설 등 경기민감업종이다. 하지만 미 연준의 양적 완화 축소와 2014회계연도 예산안과 관련된 연방정부 폐쇄 우려가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또 미국 재무장관이 다음 달 17일이면 정부의 자금한도가 소진될 것이라며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까지 제기한 것도 시장 심리를 악화시켰다. 미 정치권의 재정협상 난항이 다음 달 중순까지 이어지면 투자심리가 악화할 수 있다.

또한,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환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도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 환율이 1080원대를 밑돌면서 원화 강세 부담이 커지자 외국인 순매수는 점차 둔화되는 흐름이다. 원화가 강세로 갈수록 한국 수출주에 대한 경쟁력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114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되면서 최근 1070원대까지 급락했다. 원화 강세는 사상 최고 수준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반으로 한 경상수지 흑자와 증시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촉발됐다. 경기회복과 유동성의 힘이 환율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단기적으로는 미 연준의 양적 완화 축소 연기도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양적 완화 축소 연기에 영향을 끼친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원·달러 환율도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불확실성 요소로 인한 하락추세로의 전환보다는 글로벌 유동성 장세 지속과 기타 신흥국 대비 건전한 펀더멘털로 인해 외국인 국내주식 매수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 더 우세해 보인다. 또 당분간 원화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원화 강세 수혜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미국 경기를 낙관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어 시기적으로 당분간은 관망의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최재홍 현대증권 구포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