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대가 법정 교지면적이 부족하다며 금정구 남산동 캠퍼스의 재단 소유 부지를 개발제한구역에서 추가 해제해 달라고 요구해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다. 추가 해제가 통상의 과정에서 벗어나 있고, 향후 개발로 인한 금정산 자연환경 훼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 때문에 해제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왜 이 시점에

부산외대 남산동 캠퍼스는 올해 말 공사를 완료하고 내년 2월 이전을 끝내 3월 개교할 예정이다. 개교를 앞둔 이 시점에 교지 추가 확보를 위해 대규모로 개발제한구역 추가 해제를 요구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부산외대가 남산동으로 캠퍼스를 이전하기로 하고 관련 부지의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시에 요구해 국토부의 승인을 받은 시점은 2005년. 이 때 승인을 받은 면적은 14만4064㎡이다.

부산외대에 따르면 시가 당시 대학과 충분히 협의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20만㎡ 이상을 해제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학 측은 교지면적 부족 사실을 인지한 것은 2007년 남산동 캠퍼스를 설계할 때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학 측은 같은 해 12월 시에 공문을 보내 재단 소유의 땅을 추가 해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시는 허남식 시장 명의의 공문을 통해 '현재 시점에서는 학교 용지 편입이 어렵지만 남산동 캠퍼스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시의 현안사업임을 고려해 향후 관련 규정 및 여건 변화에 따라 도시계획 변경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회신했다.

부산외대 측은 이 같은 사정의 배경에는 외대의 부산 역외이전을 막으려는 시의 의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원래 부산외대는 경남 김해시에 캠퍼스를 이전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뒤늦게 이를 안 시가 개발제한구역 해제 카드를 꺼내며 역외이전을 막았다는 것이다. 

■해제 시 발생할 문제점

전문가들은 개발로 인한 환경훼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부산외대 측이 시에 제출한 도시계획변경안에는 해당 부지를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하면 경관녹지(시설녹지)로 지정해 개발을 막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는 대상지역의 개발 가능성을 높이는 행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산발전연구원 여운상 연구위원은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시설녹지로 지정해 관리한다고 하지만 시설녹지는 시에서 소유하고 관리하는 공공시설이다. 따라서 시설녹지를 조성하려면 시가 토지를 구매하거나 학교 측이 시에 기부채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덧붙여 "지정만 하고 이를 조성하지 않은 채 관리하면 지정 후 20년이 지나면 시설녹지 지정은 자동으로 무효가 된다. 이렇게 되면 해당 토지는 이전의 용도지역(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된 자연녹지)으로 환원돼 개발이 쉬워진다"고 주장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인화 연구원도 "추가개발 계획이 없다고는 하나,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되면 여건의 변화에 따라 앞으로 얼마든지 개발이 가능하다. 이를 제어할 법적인 장치가 없다. 총장의 확약서는 구속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금정산 자연환경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있다. 인제대 권오섭 교수는 "해당 사업구역은 부산을 상징하는 금정산 자락의 생태·자연도 2등급 지역으로, 생태계 및 환경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계획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제 과정 순탄하지 않을 듯

시는 대학 발전을 위해 추가 해제가 필요하다는 견해이지만 시민단체와 시의회 등은 절차상 문제점과 개발 가능성 때문에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결국 개발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부산외대 측은 6만5000여㎡에 달하는 재단 소유의 부지를 기부채납할 뜻도 내비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부산외대 정해린 총장은 "기부채납을 포함한 개발을 막을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