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양금융종합센터 설립 고수

- 시민단체  대통령 면담 요구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부산 대표공약인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무산된 데 대한 지역 여론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역 여론을 듣기 위해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해양금융종합센터' 설립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자 부산 민심이 들끓고 있다. '빈손'으로 온 신 위원장에 대해 분노한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는 선박금융공사 설립 공약 관철을 위해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1일 오후 기술보증기금 부산본사에서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금융기관 관계자, 부산시 등과 함께 '부산지역 금융현안 간담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는 '선박금융공사 설립 불가'라는 금융위 입장과 '해양금융종합센터'를 구성할 금융기관 관계자들의 선박금융 지원 현황을 설명하는 알맹이 없는 자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정부가 100% 지분을 갖는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면 보조금 시비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선업계 대표들은 선박금융공사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이동희 오리엔트조선 대표는 "(과거) 해운조선업이 활황일 때는 은행에서 대출받아 가라고 조르더니 시장이 나빠지자 대출자금은 온데간데없다"면서 "대선 공약대로 조선해운업계와 생사를 같이할 금융전문가 집단을 만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위는 선박금융공사 설립에 따른 WTO(세계무역기구) 제소에 대해서도 가능성만을 언급할 뿐 명확한 자료나 용역 경과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못해 정책 입안이 제대로 됐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한국해양대 이기환 교수는 "WTO 제소에 대해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 해결가능하다는 입장인 만큼 금융위 주도로 전문가 토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박인호 대표는 "부산에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부산 대표 공약이 취임 6개월 만에 폐기된다면 부산 시민을 속이는 '사기공약'을 한 것과 다름없다"면서 "우려에 불과한 통상마찰을 이유로 관료집단이 대통령 공약을 공수표로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고 금융위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박 대표는 이어 "오늘 간담회는 금융위 입장을 설득하는 자리에 불과한 만큼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대선 공약을 이행하는 결단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