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반발 무마 위한 재탕정책
- 시민단체 "불복종 운동 펼칠 것"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부산 대표 공약사항이던 선박금융공사의 부산 설립이 결국 무산됐다. 부산시와 지역 경제계, 시민단체들은 '꼼수 공약' '졸속 공약'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선박금융공사를 부산에 설립하는 대신에 선박금융 정책금융기관의 조직· 인력을 부산으로 이전해 '(가칭)해양금융종합센터'로 통합하는 방안을 담은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을 발표했다.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산업은행 등의 선박금융 관련 조직과 인력 100여 명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한편 필요한 경우 이전기관들로 '해양금융협의회'를 구성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별조직이 부산으로 옮겨온다고 해서 특별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선박금융공사 백지화에 대한 부산지역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정부 발표안은 선박금융공사 설립과는 별개로 원래 지켜져야 할 공약사항이라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후보 시절 부산을 방문했을 때 선박금융공사 설립과 함께 관련 금융기관 일부 부서의 부산 이전을 약속했다는 것.
부산시 이영활 경제부시장은 "선박금융기관 일부 부서의 부산 이전은 대선공약에 이미 반영된 사항으로 선박금융공사에 대한 대안으로 볼 수 없다"며 "선박금융공사와 같은 중심기관이 없는 일부 부서의 이전은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고 부서 자체의 결재권 부재, 독립성 부족, 잦은 인사이동 등으로 선박금융 전문가 확보가 어려워 실효성도 떨어진다. 선박금융공사 설립 대선 공약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상공회의소 조성제 회장은 "부산을 해운·조선 산업 메카로 만들고 부산의 금융중심지 활성화를 위해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약속했던 대선 공약을 백지화해 새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켰다"며 "특히 단순한 선박금융 관련 부서의 부산 이동만으로는 선박금융의 전문성 확대는 물론 이를 통한 해운·조선업계의 활력 모색이라는 선박금융공사 설립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부산항발전협의회와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등 부산지역 시민단체도 긴급성명을 내고 "부산을 해양수도로 육성하려는 대통령의 공약이 파기됐다"며 "부산항 발전을 위해 정부정책 불복종 운동을 강력히 전개할 계획"이라고 반발했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업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해운보증기금 설립 여부를 내년 상반기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선박금융공사 설립과 마찬가지로 통상마찰 소지가 있다는 단서를 달고 있어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