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목돈 안드는 전세 대출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사진은 KB국민은행의 한 영업점에 게시된 안내문. 연합뉴스

- 연소득 6000만 원 이하 가구 대상
- 기존 대출보다 금리 0.5%p 낮아
- 문의 많지만 완료된 계약은 없어

- 집주인 부담 커 실효성 논란
- 대출 확대로 가격 상승 우려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상품이 화제다. 지난 23일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농협, 기업은행 등 6개 시중은행에서 관련 상품을 일제히 출시하자 각 은행에 소비자의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세대란을 해결하기는커녕 더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판매 개시… 창구는 썰렁, 콜센터만 폭주

목돈 안드는 전세대출 상품 판매가 시작됐지만 26일 찾아간 한 시중은행 창구는 썰렁했다. 이는 재형저축과 같은 예·적금 상품과 달리 실제 전세 거래가 있어야 하고,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상담 후 2~3일 후에야 계약이 완료되는 상품 특성도 또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싸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문의전화는 많지만 아직 계약이 완료된 건은 없다"며 "전세계획을 세우고 실제 계약을 한 후 대출 신청을 해야 하기 때문에 1~2주 후에야 이번 대출접수 실적이 본격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목돈안드는 전세대출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를 은행에 넘기면서 대출 한도를 올리고 금리는 낮추는 방식이다. 부실 발생 시 임차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갖고 있는 은행이 우선변제권으로 대출액을 직접 회수할 수 있다. 대출 한도는 수도권 기준 최대 2억6600만 원, 지방은 최대 1억7700만 원이다. 금리는 연 3.5%에서 4.9%대다. 또 주택금융공사의 보증금 인하 효과까지 감안하면 기존 전세자금대출보다 0.5%포인트 정도 낮다. 대상자는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 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다.

국민은행이 연 3.40~4.40%(신규 코픽스) 수준의 가장 낮은 수준을 책정했다. 우리은행 3.62~4.52%(신규 코픽스), 신한은행 3.65~4.95%(신규 코픽스), 하나은행 3.70~4.50%(신규 코픽스), 기업은행은 3.65~4.58%(코리보), 농협은행 3.60~4.80%(신규·잔액 코픽스, 내부 기준금리) 등이다. 하지만 각 은행별 금리는 신용등급 및 거래실적 등에 따른 우대금리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개인별로 각 은행 금리를 꼼꼼히 따져 보는 것이 좋다.

■ "결국 전셋값만 올릴 것"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상품이지만 현장에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상품의 특징은 돈을 빌려주는 은행의 채권확보를 강화해주고 대신 대출한도와 금리를 낮춰 준 것이다. 결과적으로 세입자는 유리해지고 집주인은 다소 부담을 느낄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을 양도하는 내용을 임대차계약서의 특약 조건으로 추가 기재해야 하는데, 집주인들은 아무래도 특약을 꺼리지 않겠나"며 "전세 물량이 부족해 집주인들이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세입자들이 집 주인의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저소득 계층을 포함한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기 때문에 부채의 질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며, 전세대출 확대로 전세가격 상승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기존 전세자금 대출상품에 비해 금리가 저렴하기 때문에 세입자들은 좋지만, 집주인들은 세입자들의 대출한도가 확대된 것을 기회로 전셋값을 올릴 수 있다"면서 "당초 우려보다는 많이 팔리겠지만 전세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목돈 안 드는 전세 은행별 금리  (우대금리 포함, 단위:%) 구분 금리 기준 국민 3.40~4.40 코픽스(신규) 우리 3.62~4.52 코픽스(신규) 신한 3.65~4.95 코픽스(신규) 하나 3.70~4.50 코픽스(신규) 농협 3.60~4.80 코픽스(신규·잔액),  내부 기준금리 기업 3.65~4.58 코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