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수 한국해양대 명예석좌교수가 지난 23일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대 연구실에서 북극 에너지 자원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해양대 제공

- '자원의 보고' 북극의 가치
- 우리나라는 아직 실감 못해
- 철저한 준비로 수혜 챙겨야
- 해양대, 전문가 발굴 메카로

"북극의 가치는 물류 혁명을 가져올 단축 항로보다 무궁무진한 에너지 자원에 달려 있습니다. 앞으로 에너지 자원 개발의 국내 전문 인력 양성에 힘을 쏟겠습니다. "

극지공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정진수(76) 한국해양대 명예 석좌교수는 다음달 우리나라의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앞두고 북극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정 교수는 1981년 '극지공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전세계 학회에 사용한 인물로 북극 자원개발에 관한 세계 최고의 전문가다.

그는 1980년대 미국기계학회 산하에 '해양역학 및 극지공학부'(Offshore Mechanics and Arctic Engineering)를 만든 뒤 학회 영역을 넓혀 1989년 '국제해양극지공학회'(ISOPE:International Society of Offshore and Polar Engineers) 를 창립해 현재까지 이끌고 있다.

정 교수는 "북극은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 매장량이 전세계의 30% 이상 차지할 정도로 자원의 보고"라며 "일본이나 미국 중국 캐나다 등 경쟁국들은 에너지 자원 개발에 이미 오래전부터 매진해온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그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ISOPE 이사로 활동해온 한국해양대 박한일 총장의 권유로 올 3월 한국해양대 명예 석좌교수직을 수락한 정 교수는 지난달 한국해양대로 와 40여일째 머물고 있다.

그는 한국해양대를 북극 에너지 자원 개발 전문가 양성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 교수는 "해양대에 국내 유일의 에너지 자원 개발 연구기관인 해양극지센터를 만들 생각으로 학교 측과 협의 중"이라며 "센터 인력을 캐나다와 러시아 등에 보내 공부시키면 10년내 국내 최고의 에너지 자원개발 리더가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한 우리나라의 준비 자세가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남극은 극지협약에 따라 향후 30년간 자원 개발을 못한다"며 "극지의 가치는 결국 북극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극항로가 개척되면 세계 5위 컨테이너 항만 도시인 부산이 큰 혜택을 볼 것"이라며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북극의 수혜를 잘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서울에서 태어나 충북 청주고와 서울대 공대(조선항공학과)를 졸업하고 1961년 한국전력 1기로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 미국 버클리대와 미시간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세계적인 다국적 석유화학기업인 엑슨모빌 등에서 일을 했고 1980년부터 2000년까지 콜로라도 자원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 은퇴했다. 그동안 약 250편의 저서와 논문·연구보고서를 냈다.

내년 6월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는 그가 20년 이상 이끈 ISOPE 회의가 열린다. 해양자원 분야 산업 및 학계 인사 1000여명이 참석하는 매머드 국제학술대회다.

한국해양대 관계자는 "(교수님이) 연세가 많으셔서 미국에 있는 가족이 한국 가시는 것을 말렸는데도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원 개발에 대한 열정으로 혼자 국내에 오셨다"며 "교수님의 네트워크와 경험을 잘 살려 북극 시대의 과실을 잘 따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