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품가격에 반영 불가피

지역 경제계는 오는 10월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서 산업용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조성제 회장은 "지역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제조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크다"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14일 밝혔다.

지역 경제계는 환율 불안과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기업 경영 환경이 어려운데 전기료 인상이 산업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응이다. 특히 일부 대기업의 전력 과다 사용을 지역 중견·중소기업으로 확대해 일반화함으로써 피해를 입을 우려마저 제기했다.

지역경제계는 2000년 이후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은 10차례에 걸쳐 60% 이상 인상돼 현재로도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전기를 많이 쓰는 지역 철강업계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된다면 경영상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철강업계는 전기료가 제조원가의 상당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전기료 인상이 제품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건물 냉난방까지 전기로 해결하는 일부 대기업과 달리 전기를 아껴가면서 생산현장에 사용하고 있다"며 "지금도 전기료 지출 비용이 큰데 앞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게 되면 어떻게 경영을 하라는 말이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자동차 업계도 "전기료를 인상하면 철강 등 원자재 업체들이 원가 상승을 이유로 납품가를 인상할 수도 있어 원가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계 부담 증가는 소비자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전기는 철강·화학·중공업·반도체 등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원자재인데 산업재 가격이 상승하면 생활용품과 같은 소비재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도 부품 생산을 담당하다 보니 전기료 인상에 따른 납품가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들은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심야시간대에 근무를 늘리고 싶지만 야간 근무 인력 확보가 어렵고 인건비가 많이 들어 전체비용은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다. 녹산산업단지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중소기업은 주간 근무에 필요한 인력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 전기료가 싼 심야시간대에는 공장을 가동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면서 "생산 설비가 모두 자동화돼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며 전기료 감면 혜택을 많이 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산업계라는 틀 속에서 한 묶음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되 업체의 전력 사용량과 매출 규모에 따라 가중치를 달리해 요금 체계를 차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산업용 전력요금 체제 개편의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부산지역 철강업체 관계자는 "정부와 한전, 산업계, 외부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전력수급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전력 공급 부족으로 산업체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조업을 중단하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