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오석 부총리 "원점 재검토"

- 세금 증가 기준선 높아질 듯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2013년 세법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원점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서민증세 논란을 불러 온 올해 세법개정안이 공식 발표 나흘 만에 전면 수정되는 쪽으로 급선회하면서 현 부총리에 대한 책임론과 일부 경제라인의 문책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 부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세 부담 증가와 관련한 각계의 의견을 반영해 서민·중산층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세법전반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서민·중산층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교육, 의료, 보육 등 세출 측면에서의 지원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 부총리가 올해 세법개정안의 문제점을 시인하며 고개를 숙인 배경은 '월급쟁이 피해' 등 비판이 확산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오전 수정·보완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난다"며 현오석 경제팀을 질타했다. 애초 기재부는 전날까지만 해도 다수의 해명자료를 내가며 "서민들은 세 부담이 줄어든다" "증세가 아니다"라고 밝히는 등 야당 비판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마저 세법개정안과 관련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자 황급히 중산층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세 부담이 늘어나는 연간 총급여액 기준을 기존의 '3450만 원 이상'에서 상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올해 세법개정안을 보완할 계획이다. 기재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총급여액 3450만 원부터 내년 세금 부담이 올해보다 최소 16만 원에서 최대 865만 원까지 늘어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세 부담 증가 경계선인 '3450만 원 이상 근로자'를 놓고 정부가 중산층 기준을 너무 낮게 설정해 실제 국민들이 생각하는 중산층 기준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 부총리가 이날 구체적인 세 부담 증가 기준선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최소 5000만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이날 해당 액수로 상향 조정할 것을 기재부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또 16만 원의 세 부담이 동일하게 늘어나는 3450만~7000만 원까지의 소득 구간을 보다 세분화해 근로소득자의 총소득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세법개정안의 핵심인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 원칙은 원안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도 이날 "고소득층에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해 과세의 형평성을 높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