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국민의 절전 노력으로 국가적인 전력 위기에서 벗어났다"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예고된 12일 오후 전력거래소 전력수급상황실.
전력수요가 꼭짓점을 찍는 오후 2∼5시 상황실 계기판에 찍힌 예비력이 400만kW를 지속적으로 웃돌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여차하면 순환단전까지 갈 수 있는 위기 상황을 간신히 넘긴 것이다.
전력당국은 이날 온종일 초긴장 상태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시간을 보냈다.
전력당국은 이날 전력수요가 사상 최대인 8천만kW를 넘어서고 예비력은 200만kW아래로 곤두박질치면서 수급경보 4단계인 '경계'가 발령될 것으로 예상했다.
설상가상으로 전날 밤 당진복합화력발전소 3호기(공급력 50만kW)가 고장으로 가동을 멈춘데 이어 이날 오전 서천화력발전소 2호기(20만kW)마저 멈춰 서면서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됐다.
불행 중 다행으로 서천화력발전소는 1시간여 만에 가동이 재개됐지만 출력이 평소 절반에 그쳐 순식간에 공급력 60만kW가 날아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최악의시나리오인 순환단전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실제 이날 오전 예비력은 심상치 않게 움직였다. 오전 8시 800만kW에 달하던 예비력이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더니 오전 10시37분부터 500만kW 밑에서 20분간 머물면서 결국 '준비' 단계가 발령됐다. 오전 중에 수급경보가 발령되는 것은 드문 케이스다.
이 때까지만 해도 전력당국은 예상대로 오후 1시 이후 '경계' 경보가 발령될 것으로 보고 긴급 비상수급대책을 점검하느라 분주한 분위기였다.
수급 관리 책임 기관인 한국전력은 오후 1시부터 비상체제를 가동, 필수 요원을 제외한 전 직원이 업무를 중단하고 밖에서 국민을 상대로 절전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들어 상황은 극적으로 변했다.
낮 12∼1시 점심시간대 600만kW까지 올라갔던 예비력이 이후 500만kW 밑으로 내려오긴했지만 450만kW 안팎에서 맴돌뿐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예상 외로 상황이 호전되자 전력당국에서는 "오늘 가까스로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고 마지막 고비인 오후 5시를 넘기자 안도의 표정이 직원들 사이에 번졌다.
전력당국은 이날 위기 극복의 원동력으로 산업계와 국민의 절전 노력을 꼽았다.
전력거래소가 발표한 이날 전력수급실적을 보면 비상수급대책 시행 전 공급능력7천303만kW, 최대 수요는 사상 최대인 7천970만kW로 수요가 공급을 266만kW가 초과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절전규제(323만kW), 산업체 조업조정(152만kW), 주간예고(91만kW), 전압하향조정(73만kW), 민간 자가발전기 가동(39만kW) 등 가용한 비상대책을 총동원해 예비력을 440만kW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특히 산업계와 일반 국민의 협조가 필요한 절전규제(323만kW)와 산업체 조업조정(152만kW)에서 목표치보다 100만kW 더 많은 전력이 확보되면서 빠듯한 수급 상황에 숨통이 트였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오늘 전력위기 극복의 일등 공신은 불편함 속에서도 절전 노력에 적극 동참한 일반 국민과 산업계"라며 "내일과 모레도 위기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틀만 더 신경을 써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