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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11일 서울 한국전력 회의실에서 열린 전력수급위기 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오늘 전력수요 사상 최대 예상
- 예비력 180만㎾까지 떨어질 듯
- 수급 '경계' 경보 발령 불가피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지하 2층 종합상황실. 하계 전력 수급 상황실이 설치된 이곳에 전력 유관기관장들이 전원 비상 소집됐다. 회의를 주재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상시대책으로는 위기 극복이 어렵게 됐다. 월, 화, 수요일 3일을 버텨야 한다. 비장한 각오로 최선을 다해 달라"고 밝혔다. 한전 지역본부장들과의 화상회의를 잇따라 주재한 윤 장관은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수급경보단계를 아예 고려할 필요가 없다. 경보를 보고 접속할 여유가 없을 만큼 비상이고 상황이 심각하니까 사전에 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전력 당국은 애초 이달 셋째 주에 위기가 오긴 하겠지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1차 고비 정도로 예상했다. 하지만 수도권을 비롯 부산·울산·경남, 대구, 경북 등 전국에 35도 안팎의 가마솥 더위가 열흘 이상 이어지면서 전력 수요 급증으로 전력 공급 위기감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상 입추(지난 7일)가 지나면 더위가 한풀 꺾이기 마련이지만 올여름에는 예외 현상이 빚어지면서 이번 주에도 불볕 더위가 예보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절전 방침에 따라 이달 초 휴가를 떠났던 기업들이 한꺼번에 12일부터 본격적으로 근무를 시작하기 때문에 전력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전력 당국은 비상 대책을 쓰지 않으면 12일 최대 전력 수요가 8050만 ㎾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사상 최대 전력 수요량이다. 8000만 ㎾는 전력당국 관계자들도 좀처럼 언급하지 않던 수치다.
정부의 총체적 에너지 정책 실패는 물론 단기적 전력 수요 예측과 그 대응책마저 빗나가고 만 것이다. 이에 따라 절전 확대, 산업체 조업 조정, 민간자가발전 등 수급 대책을 모두 동원하더라도 예비력이 180만 ㎾까지 떨어져 전력수급경보 4단계인 '경계' 발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예비력이 20만 ㎾까지 떨어져 예고 없는 순환 단전이 이뤄진 2011년 '9·15 대정전' 이후 최대 위기 상황이 현실로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행 순환 단전 매뉴얼은 주택-상가-산업체 순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데, 세부적으로는 ▷1순위에 주택·아파트, 일반상가 ▷2순위로 다중이용시설 공급선로 ▷3순위는 농어업·축산업 등 정전민감고객(양식장 등), 대규모 산업용(66㎸ 이상)으로 분류돼 있다.
현재 가동이 중단된 원자력발전소는 울진 4호기, 고리 1호기 등 모두 6기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원전 23기 중 4분의 1이 멈춰 서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달 말까지는 멈춘 원전을 다시 가동시키기는 힘든 형편이다. 대규모 정전사태를 막으려면 전력사용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막다른 길에 내몰린 산업계와 시민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역 기업들은 의무절전과 순환단전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면서도 뚜렷한 대책이 없어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시민들은 원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력과 총체적 에너지정책 실패로 최악의 폭염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