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졸 출신으로 한국거래소에 입사한 구자호(19·왼쪽 세 번째) 군을 비롯한 신입사원들이 홍보관을 둘러보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대졸과 동일한 직급 받아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직장인 한국거래소 취업에 성공한 특성화고 출신인 만큼 어깨가 무겁습니다. 저희가 잘해야 앞으로 후배들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테니 더욱더 열심히 할 겁니다."

특성화고 출신 한국거래소 합격자 5명은 최근 정식부서 발령을 받자 '드디어 거래소의 정직원이 됐다'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우수한 특성화고 출신들에게 취업 기회를 주기 위해 거래소가 세 번째로 실시한 고졸 신입사원 선발에서 5명의 학생은 37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에 성공했다.

이들은 "우수한 거래소 직원으로 성장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지만, 이따금 정규직 고졸 행원으로 엄습해오는 부담감도 느껴졌다. 부산문화여자고등학교 3학년인 최수아 양은 19일 "거래소 직원이라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열심히 노력해서 꼭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면서 "후배들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한때는 대세였지만 경기 불황과 취업난이 가속화되면서 우선 취업을 하고 난 뒤 대학 진학을 준비하려는 학생이 늘고 있다. 신입사원들 역시 나이는 어리지만, 자신이 선택한 미래에 대한 확신에 차 있었다.

최 양은 "고등학교에 입학할 당시에는 대학 진학도 생각했지만, 대학 4년 동안 드는 돈에 비해 배우는 것은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집안 형편도 어려워 취직을 선택했는데 하고 싶은 일에 확신이 있다면 취업을 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더 생산적인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문소영 양은 "요즘에는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잘된다는 보장이 없어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 취업을 목표로 준비했다"며 "고졸 직원이라고 해서 다른 직원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도록 열심히 해서 인정을 받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거래소는 올해 채용부터 스펙 비중을 최대한 줄이고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리더십과 잠재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했다. 다양한 각도에서 인성과 역량을 평가해 '가능성'이 있는 인재를 찾아야 하므로 절차도 무척이나 까다로웠다. '서류전형→필기전형(논술, 영어시험 및 인적성검사→1차 면접(주제발표, 집단토론)→2차 면접(임원면접)' 등 모두 4단계를 통과해야 했다. 이 같은 어려운 절차를 통과한 고졸 신입직원은 대졸 신입직원과 동일한 신분과 직급을 부여받으며, 입사 4년 후에는 대졸 초임과 동등한 수준의 보수를 지급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