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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이불 김봉순(왼쪽) 사장과 큰아들 안해권 씨가 점포 내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 여중 졸업후 어머니 식당 도와
- 1970년대 이불로 가업 바꿔
- 2년 전부터 큰아들에 승계 준비
- 좋은 제품 저가에 공급해 행복
부산진시장(부산 동구 범일2동)이 올해로 상설시장 개장 100주년을 맞았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열 번이나 돌고 도는 사이 '고성이불' 김봉순(여·69) 사장은 반세기 동안 부산진시장과 동고동락했다.
그는 부산진시장에 처음 발을 디딘 때를 중학교를 마친 1960년대 초반쯤으로 기억했다. 당시 명문이던 경남여중을 졸업한 김 사장은 오빠의 서울대 공대 입학과 힘든 가정형편 때문에 고교 진학을 포기했다.
작고한 어머니 유수남 여사가 1950년대 초반부터 부산진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일을 도왔다. 부산진시장과의 50년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김 사장은 1971년 현대식으로 단장된 현재의 부산진시장에서 식당을 열었다. 하지만 몇 년 뒤 화재 위험을 이유로 시장 내 식당 운영을 금지하면서 업종을 바꿔 이불 장사를 시작했다.
30년 넘게 장사를 하면서 19.8㎡(6평)이었던 점포는 66.1㎡(20평)로 넓어졌다. 하지만 늘어난 점포보다 그의 가슴을 뿌듯하게 만든 것은 지난 세월만큼 불어난 단골 고객들이다.
"엄마와 함께 혼수를 하러 왔던 딸들이 이제 엄마가 돼서 자식들 혼수를 하러 찾아온다. 내가 대를 이어 장사를 하는 것처럼 고객들도 대를 이어 시장을 찾는다"는 그의 말 속에는 세대를 잇는 부산진시장의 작은 역사가 기록돼 있다.
김 사장은 이제 큰아들 안해권(49) 씨에게 점포를 물려줄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세월 동안 관계를 이어온 단골들과 청춘을 바쳐 지켜온 점포를 한순간에 놓아버리기에는 아쉬움이 크다"면서 "아들도 하던 컴퓨터 관련 일을 접고 2년 전부터 일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과거와 가장 달라진 점은 고객을 대하는 상인들의 태도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일단 물건을 만지면 사야 된다'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요즘 말로 상인이 갑(甲)이었다"면서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상인들도 많이 변했다. 반품과 신용카드는 100% 보장된다. 이제는 친절과 신용이 상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평생을 시장에서 보낸 '상인의 삶'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했다. 김 사장은 "남들처럼 놀러도 가고 쉬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우리 점포를 찾는 단골손님들에게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