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짓 보고 내용→진실은
- "극지硏 해양수산 연구 미미"→연구분야 80%가 해양과 관련
- "해양연구원에서 분리됐다"→독립 안돼…명백한 부설기관
- "아라온호 인천 모항 효율적"→부산이 정비·출항·접안 도맡아
※해양연구원:현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연구원이 부설 극지연구소의 인천 잔류를 위해 허위 또는 과장되게 작성한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하면서 2007년 확정됐던 극지연구소의 부산 이전 계획이 2년 만인 2009년 번복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극지연구소의 수도권 잔류에 대해 공공기관이전법 위반 논란(본지 지난 20일 자 1면 보도)도 일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본지가 23일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옛 교육과학기술부의 '한국해양연구원 지방이전계획안'(2009년 9월 15일·수신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교과부는 ▷극지연구소가 독립기관이고 ▷부산으로 이전할 해양수산기능군이 아닌 데다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의 모항이 인천항으로 확정됐기 때문에 "부산 이전에서 제외해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했다.
이후 국토부는 지역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2009년 10월 20일 극지연구소가 빠진 해양연구원의 부산 이전을 의결했다. 2007년 7월 31일 정부에 제출된 '해양연구원 지방이전계획'에 따른 극지연구소의 부산 이전 계획이 2년 만에 뒤집힌 셈이다.
교과부의 '해양연구원 지방이전계획안'(이하 이전계획안)은 해양연구원이 앞서 극지연구소의 성격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의 의견을 '보고서'로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교과부의 '지방이전계획'과 해양연구원의 '보고서'에는 사실과 다르게 작성된 부분이 상당하다.
해양연구원 '보고서'에는 "극지연구는 해양수산기능군이 아니어서 부산 동삼혁신지구의 기능과 불일치한다"고 돼 있다. 극지연구에 지질 연구 등도 포함돼 있다고 할 수는 있지만 '해양수산기능군이 아니다'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부경대 장영수(해양산업경영) 교수는 "극지연구는 해양환경, 기후 등에 관한 연구로서 해양이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최근 "극지연구의 8할이 해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양연구원은 또 이 '보고서'에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의 모항을 인천으로 결정했던 일을 포함시키면서 "아라온호 모항이 인천항으로 이미 확정돼 부산으로 이전하면 상당한 불편과 비효율이 초래된다"고 밝혔다. 해양연구원은 아라온호를 인천 선적으로 두면서 극지연구소의 잔류 근거로 삼았다는 의혹이 나온다.
그러나 아라온호의 모항이 인천이어서 오히려 비효율이 높은 실정이다. 한국해양대 남청호(기관공학) 교수는 "아라온호는 최근 북극항해를 마치고 부산 3부두와, 영도의 부산국제크루즈터미널에 접안했고 멀리 나갈 때에는 부산에서 정비하고 준비물도 적재한다"고 말했다.
해양연구원은 이어 "극지연구소가 해양연구원으로부터 예산·인사·조직·자산·재정 등이 분리·독립되어 '사실상 독립연구기관'"이라고 밝히며 사실상 해양연구원으로부터 분리된 듯한 내용의 '보고서'를 교과부에 제출했다. 교과부는 이 보고서를 근거로 국토부에 "극지연구소는 해양연구원의 지방이전이 확정되기 전인 2004년 4월 해양연구원으로부터 분리됐다"는 내용이 담긴 '이전계획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극지연구소는 2004년 4월 해양연구원 부설기관으로 설치된 것이지 분리된 것이 아니다. 해양연구원이 극지연구소의 독립적 운영 부분만 확대해 보고한 것을 교과부가 국토부에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제출한 것이다.
해양연구원의 후신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측은 "당시 업무책임자들로부터 듣고 관련 문서를 보고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