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대한 공포심이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채권 값이 폭락하고 주요국과 신흥국 주가와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해 9월부터 단행한 제3차 양적완화(QE3)가 '끝물'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때문이다. 양적완화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이다.
이 정책이 축소되면 당장 채권 매입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연준의 출구전략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가장 먼저 채권시장이 휘청거렸다.
미국 장기 금리를 대표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1일 1.63%로 저점을 찍었다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이달 11일 2.29%에 도달했다.
채권 금리(수익률) 상승은 채권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4월 초순 0.35%의 저점을 찍은 후 5월 말 0.98%까지 치솟았으며 이달 들어서도 0.8%대에서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펀드 리서치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선진국 채권형 펀드에서 110억 달러(약 12조5천억원)가 빠져나가 주간 단위로 사상 최대 자금 유출을 기록했고, 신흥국 채권형 펀드에서도 15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여기에는 미국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에 더해 미국처럼 경기 부양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일본은행이 정책을 뒷받침할 추가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서 "양적완화 잔치는 끝났다"는 관측에 불을 붙인 것도 한몫했다.
풍성해진 시장 자금의 수혜를 누렸던 선진국 증시도 널뛰었다.
지난해 11월 이후 12,500에 가까워졌다가 올해 상승세를 타고 15,000선을 뚫었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연준 출구전략에 관한 관측이 나오면 급락하고 출구전략 우려가 해소됐다는 해석이 나오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변덕을 부렸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분석에 따르면 다우지수는 연준 회의가 있었던 지난달 1일 이후 이달 11일까지 30 거래일 중 열흘 동안 100포인트 이상 움직였다. 그 중 닷새는 올라가고 닷새는 떨어졌다.
시장의 불안심리 정도를 보여줘 '공포지수'라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변동성지수(VIX)는 3월 11.26으로 올해 중 최저점을 찍었으나 지난 12일에는 18.59까지 올라갔다.
아베노믹스의 출범 이후 승승장구했던 일본 증시도 엔저와 양적완화에 제동이 걸리면서 패닉에 빠졌다.
지난해 11월 중순 8,000대에서 출발한 닛케이 평균주가는 지난달 22일 15,627까지 파죽지세로 올라갔다가 지난달 23일 단 하루 만에 7.3%가 빠지는 대폭락을 겪었고 13일에도 6.35% 폭락했다.
양적완화 이후 몰렸던 외국 자본의 대거 이탈 조짐에 다른 아시아 증시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한국 코스피 지수는 양적완화의 부양 효과가 발휘됐던 시기에는 대북 위험, 엔저 우려 등의 작용으로 선진국 증시와 디커플링(탈동조화) 양상을 나타냈다.
그러나 최근 출구전략 우려에는 적극적으로 반응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13일까지 5일 연속 순매도로 총 3조2천억여원 어치를 빼내 코스피 지수를 1,900선 아래로 끌어내렸다.
지난 1년간 꾸준히 상승해 5,000선에서 지난달 15일 7.392까지 오른 필리핀 증시는 지난달 하순 하락세로 돌아섰고 13일에는 5% 이상 폭락했다.
중국 상하이,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주요 주가지수도 13일 하루 만에 전날 대비 1∼5%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그동안 핫머니(투기성 단기 자금) 유입에 따른 통화 강세에 고민하던 신흥국들은 역으로 돈이 빠져나가면서 통화 가치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인도 루피화는 달러화에 대해 2월에 53.1350루피의 저점을 찍었다가 지난 11일과 13일 58루피 위로 치솟아 가치가 급락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란드화 가치는 연초 대비 15.7% 급락했으며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3월까지 강세였다가 급격한 약세로 돌아서 연초 대비 4.9% 하락했다.
그간 주요국이 시중에 대대적으로 돈을 풀었으나 금융시장만 민감히 반응했을 뿐, 시장은 세계 실물경제 성장에 대해서는 자신하지 못해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세계은행(WB)은 13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세계 경제 회복이 여전히 "주춤거리고 들쭉날쭉하다"며 올해 세계경제 성장 전망치를 2.2%로 기존보다 0.2%포인트 내렸다.
특히 세계의 주요 원자재·소비재 시장인 중국의 성장 전망치가 7.7%로 기존보다 0.7%포인트나 깎였고 유로존도 마이너스 0.6% 성장으로 기존보다 0.5%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축소 가능성에 대한 예측만으로도 시장이 요동치고 있어 각국 중앙은행들이 출구전략을 실제로 시행할 때 시장이 받게 될 충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용 세계은행(WB) 총재는 12일(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WSJ와 한 인터뷰에서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경기 순응적인 통화 정책에 고삐를 죄기 시작할 때경제가 받을 수 있는 충격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특히 "통화완화 정책이 갑자기 중단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되고 신흥국들의 자본 접근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