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양적 완화에 나섰지만, 정작 시중은행들은 늘어난 유동성을 대출보다는 중앙은행 적립금으로 활용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어 미국 금융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13일 경제전문지 포천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3월30일 기준으로 9천985억 달러였던 시중은행들의 연준 적립금은 최근1조 달러를 넘어섰다.
연준 적립금이 1조 달러를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의 적립금(250억 달러) 규모와 비교하면 약 40배 정도 붙어난 셈이다.
포천은 "금융위기 직후 은행들을 지원하고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연준이 (시중은행) 적립금에 이자를 지급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연준의 적립금은 올해 1분기에만 2천억 달러 증가하는 등 최근 미국 금융당국이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더욱 빠르게 증가하는 양상이다.
JP모건체이스의 적립금이 전년도 610억 달러에서 올해 2천140억 달러로 3배로 증가했고, 웰스파고 역시 같은 기간 적립금을 400억 달러에서 1천억 달러로 크게 늘렸다.
이는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으로부터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은행들이 유동성을 대출보다는 연준 적립금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은행들은 경기가 불안한 상황에서는 대출이나 채권매입에 돈을 쓰기보다는 이자율이 낮더라도 안전한 중앙은행 금고에 넣어두는 것이 이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적립금 증가가 고스란히 정부 부담으로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적립금 이자율은 0.25%로 중앙은행은 현 상황이라면 시중은행에 연간 25억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아무리 이자율이 낮더라도 적립금 규모가 엄청나다 보니 당국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천문학적인 적립금 규모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금리조정 등 각종 금융정책 결정 과정에도 큰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어 금융당국이 주시하고 있다.
만약 연준이 이자율을 올린다면 적립금 이자율도 덩달아 상승, 정부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사람들이 적립금 문제를 우려하는 것은 아직은 드러나지 않은 잠재적인 부분 때문"이라며 "연준이 어느 순간에는 처방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