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피아' 관치 쓰나미 예고
- 금융시장 질서 후퇴 지적

'관치'의 벽은 너무 높았다.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이 결국 사퇴키로 하고 10일 공식적인 견해를 밝힌다. 이 회장의 전격 사퇴 배경엔 금융당국의 초강경 압박이 작용해 '관치 논란'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9일 BS금융지주에 따르면 이 회장은 10일 오전 11시 부산은행 별관 8층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그동안 논란이 됐던 금감원의 퇴진 압력에 대해 공식적인 견해를 발표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금융당국의 집요한 퇴진 요구에 부담을 느낀 데다, 대치가 장기화한다면 경남은행 인수 등을 앞두고 BS금융의 경영에도 타격을 준다는 우려에 자진해서 사퇴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의 언론을 통한 이 회장 퇴진 압박 파문 이후 5일 만이다.

금융권에선 이 회장의 사임이 금융당국의 은행권 '손보기' 수준을 넘어 '관치 쓰나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지분 한 주 갖고 있지 않은 민간 금융회사의 회장이 법적으로 잘못한 점이 없는 데도 금융당국이 압력을 가한 끝에 퇴진하는 절차를 밟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국책 금융기관인 산은금융이나 공적 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앞서 금융지주 회장의 물갈이 역시 한마디로 요약하면 관치의 부활이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KB금융과 NH농협금융 차기 회장에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이 잇따라 내정됐다. 임영록 KB금융 회장 내정자는 행정고시 20회,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 내정자는 행시 24회로 금융정책을 주로 맡았던 경제관료 출신이다. 이런 현상은 금융지주를 넘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에는 행시 14회로 옛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과 조달청장을 지낸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이,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엔 홍영만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무소불위 식 관치가 시장질서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대 김창수 교수는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흔드는 것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며 "'찍히면 나가라'는 식의 관치 아래에선 민간회사도 눈치보기 식 경영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산금융도시시민연대는 이날 "당국이 보여준 행태는 개발독재 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반시장적 행위"라며 "항간에 떠도는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는 절대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