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복기금 가접수가 시작된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자산관리공사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행복기금 국민감시단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기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수혜 대상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용우기자 ywlee@kookje.co.kr

- 채권추심 중단·추가감면에
- 캠코 부산본부 458명 북적

- 인터넷 신청자 58.9% 차지
- 대부분 빚 액수 모르기도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썼는데 어디서 얼마나 빌렸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겨우 취직한 회사에서 급여마저 압류되다 보니 정상적인 회사생활도 힘들어 회사도 그만두게 됐습니다."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의 재활을 돕기 위해 도입된 국민행복기금 가접수가 시작된 22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부산지역본부. 접수창구가 문을 열기 한 시간 전부터 신청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본부 4층에 마련된 7개 상담창구에는 오전 9시 접수가 시작되자 신청자들이 쉴 새 없이 이어져 오전에만 200여 명이 찾았다. 캠코 직원 1명이 파견된 부산시청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에도 오전부터 대기인 수가 늘면서 직원 3명이 추가로 파견됐다.

이날 창구 신청자의 상당수가 50·60대로 대부분 무직자,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이었다. 5년 전 사업에 실패한 뒤 빚을 지게 됐다는 김모(40) 씨는 "늦게 신청한다고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빨리 채무독촉에서 벗어나고 싶어 달려왔다"며 "국민행복기금의 지원을 받는다면 열심히 일을 해서 꼭 갚겠다"고 말했다.

신청자들 중에는 실제 자신이 진 빚이 얼마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돈을 빌린 금융기관도 최소한 2, 3곳이 넘었다. 한 50대 남성은 "생활비가 부족해 은행에서 100만 원을 대출 받았는데 갚지 못했고, 이후 캐피탈 등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로 넘어가게 되면서 빚이 정확히 얼마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동시에 신청을 받기 시작한 전국 도청·광역시의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 국민은행과 농협은행 등에도 채무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오는 30일까지는 가접수 기간이지만 채권 추심에 시달리는 채무자들이 빚 독촉 터널에서 벗어나고자 찾아온 것이다. 이날 캠코 부산지역본부 창구를 통해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만 458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 이날 오후 6시 현재 행복기금 가접수자는 1만2367명이다. 인터넷 접수자가 7293명으로 전체의 58.9%에 달했다. 본접수는 다음 달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채무조정 신청대상은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연체 채권을 가진 총 채무금액 1억 원 이하의 채무자만 해당된다. 채무 감면율은 채무자의 상환능력, 연령, 연체기간을 지수화해 11개 구간별로 원금 기준 40~50%(기초수급자, 중중장애인 등은 최대 70%)를 적용한다. 상환기간은 최장 10년 이내 분할상환이 가능하다.

이우승 캠코 부산지역본부장은 "가접수 기간 자발적으로 채무 조정을 신청하고 이후 국민행복기금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10%가량의 추가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가접수 즉시 채권 추심이 중단되므로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는 서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