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가장 흔하면서도 심각한 단가 후려치기부터 추가 공사비 불인정, 인력 빼내가기 등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는 '동반성장'이나 '상생'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건설공사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많아 추가공사가 예사로 이뤄진다. 관급공사의 경우 발주 관청은 피치 못할 사정이 발생해 추가공사가 필요하면 설계를 변경해 이를 보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원청 대기업은 차후 정산한다고 말해 놓고는 나중에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중소기업을 골탕 먹인다. 또는 '본사에서 인정하지 않아 나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부산 지역 전문건설업체 G사와 (주)태아건설 역시 이런 대기업의 꼼수에 회사가 쓰러지거나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G사는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경남 창원 감계 힐스테이트 아파트 공사를 하면서 약 1억6000만 원의 추가 공사비를 받지 못해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공사 때 추가비용 떠넘기기도 공공연히 이뤄진다. 지역의 한 건설업체 대표는 7일 "공사를 하다 보면 추가작업을 할 게 있는데 도면과 내역에도 없는 추가 작업을 요구해 적게는 1000만 원대에서 많게는 억대 비용이 들어갔다"며 "억울하면 소송을 하라고 하지만 영세업체가 대형로펌을 둔 대기업을 이길 수 있겠느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지역의 한 선박업체는 2008년 대기업과 일괄계약을 했지만 이 대기업이 최근 계약가의 10%를 깎았다. 완성자동차 대기업의 경우 납품업체 간 초기 가격 경쟁 붙이기로 유명하다. 한 자동차 납품업체 관계자는 "납품업체를 돌며 가격을 후려치는 통에 납품을 하려면 가격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납품가를 정해 놓고도 1, 2년 정도 지나면 또 가격을 임의로 깎기 시작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역의 한 제조업체는 한 대기업이 기존의 어음 대신 현금 결제를 하면서 일방적으로 단가를 20%가량 깎아 큰 손해를 입었다. 이 업체 대표는 "단가를 제대로 받기 위해 차라리 어음으로 받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술인력 빼내가기도 횡포의 하나로 손꼽힌다. 지역의 한 철강업체는 지난해 연말 원청업체에 핵심인력 2명을 뺏겼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이 직원들이 없으면 회사 운영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스카우트해 가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울먹였다. 

대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독창적인 기술력'이 필요하다. 지역의 자동차 관련 업체의 경우 다른 동종업체들이 갖지 못한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는 덕분에 대기업과의 계약에서도 소위 '큰소리'를 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의지도 절대적이다. 박근혜정부가 추진 중인 공정위 전속고발권 완화(감사원·중소기업청 등의 검찰 고발 가능)와 피해금액의 10배 배상을 규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등이 하루빨리 시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