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경유 57% 미주·유럽행
- 이익 좇아 이용객 불편 외면
- 부산시 "손실 보전도 검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우리나라 대형 항공사들이 부산시의 김해발 미주·유럽 직항노선 개설 요청을 수요와 수익성 부족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최근 김해공항의 국제여객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항공사들이 단기 수익만 좇아 800만 동남권 지역민들의 불편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시 관계자는 26일 "최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고 항공사들에게 김해발 미주·유럽 직항노선 개설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시는 이 자리에서 내년부터 1단계로 인천 경유 노선 신설, 2단계 직항 노선 개설을 요청했다.
현재 김해공항의 국제선은 10개국 28개 도시에 이르지만 대부분 아시아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장거리 노선은 인천을 경유하는 루프트한자항공의 뭔헨 노선, 블라디보스톡항공의 블라디보스토크 노선 뿐이다. 두 항공사는 수요와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김해발 미주·유럽 직항 노선 개설은 수요가 부족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형 항공사의 수요 부족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김해공항의 국제선 수요 증가로 오는 31일부터 김해~인천 환승전용내항기를 1일 3회에서 4회로 확대한다. 더구나 한국공항공사가 대한항공 환승전용내항기 도입 초기인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승객 추이를 분석한 결과 이용객의 절반이 넘는 57%(미주 27%·유럽 30%)의 목적지가 미주·유럽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부산발전연구원(BDI) 조사에 따르면 2008년 기준 김해공항의 직간접권역에 있는 국제 여객은 498만9000명이었다.
이 중 김해공항에 장거리 노선이 없어 인천공항 국제선을 이용한 지역 여객은 245만6000명으로 절반에 달했다. 항공사들이 인천공항 중심의 운영에 치우쳐 사실상 지역 공항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여기서 나온다. 특히 장거리 국제노선 신설은 가덕신공항 건설 명분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이들 항공사들이 지역민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김해공항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내년부터 활주로 슬롯(slot·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도 증대돼 미주·유럽 노선 개설은 항공사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문제"라며 "항공사 주장대로 시행 초기 손실이 난다면 시가 보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항공사에 장거리 노선 신설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권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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