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세계 증시는 풍부한 유동성과 경제지표의 호조로 강한 반등을 보여주고 있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세계 경제의 흐름과 동조화되어 왔던 우리 증시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바라봤지만, 지금까지는 실망스러운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증시 펀더멘털과 관련해선 단기 역풍과 중장기 순풍 요인이 계속해서 교차되고 있다. 중장기적 측면에서 중앙은행은 경기우호적 통화정책에 의한 풍부한 유동성과 글로벌 경제의 완만한 회복이라는 순풍요인이 유효하지만, 만만치 않은 단기 역풍도 지속되고 있다.

특히 우리 증시는 단기 역풍이 우위를 점하는 모습이다. 일본 아베 정권의 2차 엔저정책 추진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중국경제의 회복세 둔화 및 북한문제 등이 남아있다.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 중인 뉴욕증시도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분명 세계경제를 끌고 가는 미국의 경기 회복 신호일 것이다. 미국경제가 재정관련 역풍을 딛고 고용과 소비의 선순환 회복을 보일 것인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 단기 역풍의 조정 기간과 폭이 어느 정도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악재는 투자자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증시주변을 떠도는 자금은 넘쳐나고 있다. 시장에 대한 투자매력은 있지만 불확실성에 베팅하는 투자이다 보니 아직 시장 참여자들은 관망하고 있다. 이는 시장의 거래대금 감소로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거래대금 감소가 수급 모멘텀 부족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거래대금이 감소했다는 것은 적극적인 매수 주체의 부재를 의미하지만, 적극적인 매도 주체도 없다는 점을 동시에 나타내기 때문이다.

거래 대금은 시장 참여자의 투자심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지수의 흐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현재 시장의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아 거래대금이 부진하지만, 2050선의 저항선 이후 상승 시도가 전개된다면 거래대금은 상승세를 보일 것이다.

주변 강대국의 성장정책에 샌드위치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리 증시가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앞으로 기회는 있다고 생각한다. 힘들다고는 하지만 아직 매수 주체도 없고 큰 매도 주체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시장의 변곡점은 곧 올 수 있다. 그 시간이 지루하고 힘들겠지만 새벽이 지나고 나면 아침의 해는 떠오를 것이다.

손희재 현대증권 부전동지점장